저는 용균이 엄마 김미숙입니다. 진실의 힘은 국가가 저지른 고문으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만든 재단이라고 들었습니다. 진실의 힘에서 인권상을 준다니 마음이 복잡합니다. 나라에 의해 많은 사람이 부당하게 간첩으로 내몰려서 얼마나 눈물을 흘리며 서러운 세월을 보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옵니다.
저 또한 나라의 구조적 문제로 너무도 처참하고 억울하게 자식을 잃어 미치도록 분한 마음 가눌 길이 없습니다. 처음 아들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가서 여러 것을 보고 들었습니다. 회사 측 사람들이 아들 잘못으로 몰고 가 누명을 씌우려고 했다는 것을 용균이의 동료들한테 듣고 결심했습니다. 부모로서 자식의 누명을 벗기고 헛된 죽음이 되지 않게 하겠다고, 그것이 용균이를 지켜주지 못한 부모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서부발전 사고현장에 갔을 때도 공공기관인데도 작업장이 전쟁과 같은 아수라장이어서 끔찍하고 아팠습니다. 우리 아들이 밤새 이런 곳에서 혼자서 일했을 것을 생각하면 제가 석 달 동안 편안히 잠자고 먹은 것을 다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공기업이 이렇게 썩어 있는 줄 모르고 보냈습니다. 제 아들 용균이도 모르고 입사했습니다. 용균이 동료들도 사고가 나서야 위험한 현장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용균이 사고 이전인 8년 동안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모두 조용히 처리되는 바람에 이런 사실을 현장에선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몇 개월 전 같은 사고가 있었는데도 안전 점검에서 통과했다고 들었습니다. 또다시 사고가 나 제 아들이 죽었습니다. 만약 이전에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현장근로감독이 됐더라면 용균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사고가 있을 때마다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에게 본인 잘못으로 누명 씌우고 사건을 조용히 덮는 현실을 보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유가족들이 먼저 뭉쳐서 ‘다시는’이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유가족 단체들이 뭉쳐야 됩니다. 그래야 한목소리 낼 수 있고 또 큰소리로 기업과 정치인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 길러지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이유로라도 사람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내 아들 용균이와 같은 새파랗게 젊은 자식들이 억울한 죽음으로 더 이상 죽지 않기를ᆢ. 그리고 그 가족들도 저희처럼 죽은 목숨 같은 삶을 살아가지 않기를ᆢ.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름에 담았습니다. 저는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가족들과 만나서 함께 이야기하면 많이 힘이 됩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고 세월호 가족들을 기록한 책을 읽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의 삶이란 참으로 살아내기 힘들다는 것을, 저도 겪었기에 그 마음 잘 압니다. 5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세월이 아무리 흐른다 해도 유가족들에게 시간은 사고 난 그날에 멈춰져 있고 가슴의 응어리는 절대로 풀리진 않을 테니까요. 저도 그러겠지요. 세월호 가족들처럼 가슴의 응어리를 안고서라도 활동하면서 용균이를 기억하려고 합니다.
저는 요즘 아들이 가고 난 뒤 용균이의 바람을 이어가려고 김용균 재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누구나 안전하게 일하고 인권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과 지원을 하는 재단입니다. 오늘 진실의 힘이 준 응원을 담은 상금을 디딤돌로 삼겠습니다. 힘 있게 밝은 미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유가족들이 뭉쳐서 함께 헤쳐나가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 고맙습니다.
사진: 매일노동뉴스 정기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