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우(쥬)_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한국산 무기는 누구를 겨누나?
과거 한국의 군사주의가 베트남, 이라크 파병을 통해 세계를 무대로 삼았다면, 오늘날에는 무기 수출의 형태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방위사업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에 한국 무기 회사들은 총 173억 달러어치의 무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는 대표적인 수출품목인 가전(80억 달러), 섬유(123억 달러) 수출액을 상회하며 자동차(541억 달러)의 3분의 1 가까이 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 등에 따르면, 한국산 무기를 주로 수입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사우디, UAE, 폴란드 등이다. 주요 수출 품목은 K-2 전차(현대로템),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한화에어로스페이스), FA-50 경공격기(한국항공우주산업), 천궁-II 지대공미사일(LIG넥스원), 잠수함, 전투함(한화오션, 현대중공업), 탄약(풍산) 등이다.
무기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누군가의 죽음과 고통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전쟁이 무기 산업을 촉진하는 것처럼 무기 산업 역시 전쟁을 촉진한다. 무기 산업이 전쟁과 무력 분쟁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이미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기 거래는 무력 분쟁의 발발 가능성을 현저히 높인다는 실증적 근거가 있다.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총기, 장갑차, 곡사포 등은 웨스트파푸아 지역의 분리독립 운동을 폭력적으로 탄압하는 데 쓰이고 있다. 한국산 수류탄과 대전차무기 현궁이 2018년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 연합군에 의해 사용됐다. 사우디로부터 현궁을 노획한 후티 반군은 이를 SNS에 자랑했다. 후티 반군 또한 이렇게 빼앗은 무기를 사용했을 것이라 추정된다. 2019년 튀르키예의 시리아 쿠르드족 공격에도 한국산 포탄이 사용됐다.
사람을 죽이는 건 이른바 살상무기만이 아니다. 김주열, 이한열 열사 이후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 사용이 중지된 최루탄이 튀르키예, 바레인, 미얀마, 스리랑카 등지의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시민 수십 명을 죽음으로 몰고갔다. 당시 한국 시민단체들은 최루탄 수출 중단 캠페인을 벌여 추가 수출을 막아냈다.
무기박람회에서 캠페인을 벌인 활동가 8명의 재판
무기산업을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무기박람회다. 한국에서는 항공우주(ADEX), 지상(DX KOREA), 해양(MADEX), 치안(KPEX) 등 분야별로 무기박람회가 열린다. 여기서 육해공 군사무기와 경찰무기가 일반 시민들에게 ‘멋진’ 볼거리로 둔갑된다.
무기박람회는 단순히 전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람회를 통해 전 세계에서 온 무기상인과 각국 군 관계자들은 서로 만나 수출 상담을 하고 계약을 맺는다. 주최측에 따르면 올해 ADEX는 1,900건 이상의 비즈니스 미팅을 유치했고, 총 294억 달러의 수주 상담과 60억 달러의 현장 계약 실적을 기록했다. 2020년까지 한국의 한 해 방산 수출액이 30억 달러 내외였으니 실로 대단한 규모다.
한화, LIG넥스원, 록히드 마틴, RTX 등 많은 ADEX 참가 기업이 금세기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라 불리는 예멘 내전에 깊이 개입된 사우디와 UAE에 무기를 수출한다. 라파엘, 엘빗 시스템즈 등의 이스라엘 무기 회사는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서 사용되는 무기를 팔아 수익을 올린다. 이를 “전장에서 검증된” 제품이라 강조하고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구매자도 문제다. 무기박람회에는 각국 군대의 무기 획득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방부장관 및 군 수뇌부, 방위사업청장급 인사들이 ‘VIP’로 참여한다. 작년 DX KOREA에는 37개 대표단이 ‘VIP’로 초청됐다. 이중 14개 대표단이 전쟁이나 무력 분쟁에 직접 관련된 국가이고, 9개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국가이다.
전쟁은 어느 한 순간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 전쟁에 공급되는 무기가 만들어지고 거래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평화활동가 8인은 작년 9월 무기가 전시되고 거래되는 DX KOREA 2022 전시장에서 장갑차와 전차 위에 올라가 바이올린과 기타를 연주하면서, 무기 산업의 부당함을 알리는 현수막을 펼치고 구호를 외쳤다.
검찰은 우리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고 벌금 합계 1,7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정식재판 끝에 올해 11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로써 DX KOREA 조직위원회가 평화활동가들의 비폭력 행동을 고발한 것이 부당하고 과도한 조치였음이 드러났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판결에서 “피고인들은 행사 관계자나 관람객들에게 위협적인 언동을 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면서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하는 위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검찰이 항소하면서 ‘DX 여덟명의 재판’은 2심까지 가게 됐다.
군사주의와 기후위기의 악순환
전쟁과 기후위기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첫째 화석연료는 많은 전쟁과 군사 개입의 주요 원인이다. 이라크 전쟁이 대표적인 예다. 2003년 미국과 동맹국들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핑계로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이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나면서 군수업체와 석유자본의 압력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중동의 산유국들은 서방의 연료 공급에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산유국의 무기 수입량과 무기 공급국에 수출된 석유의 양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둘째 기후위기는 분쟁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기후위기에 따른 해수면 증가와 가뭄, 홍수 등은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땅을 감소시킨다. 식량 불안정과 기근, 식수 부족과 같은 자원의 희소화는 기존의 분쟁을 심화시키거나 새로운 위험을 불러온다. 비자발적 이주가 늘어나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극단주의와 군사주의가 강화되어 내전 발생 가능성도 함께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기후변화가 무력 분쟁의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셋째 전쟁과 군사 활동은 기후위기를 가속한다. 군대와 무기 산업을 비롯한 군사 부문은 「지구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 (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는 세계 각국 군대의 온실가스 운영 배출량(Scope 1+2)을 전체의 1.0%, 탄소 발자국(Scope 1+2+3)을 전체의 5.5%로 추산한다. 항공(1.9%) 및 해운(1.7%) 산업과 견줄만한 크기다. 국가로 비교하면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으로 러시아 전체보다 크다. 탄소 배출뿐 아니라 무기 원료 추출부터 수질과 토지의 오염까지 군사 활동으로 인한 피해는 크고 다양하다.
유럽에서는 무기 회사가 탄소중립에 근접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바이오 디젤 전투기, 수소연료 전차, 친환경 탄약 같은 저탄소 전쟁 방법에서 해답을 찾아서는 안 된다. 군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군대 규모 자체를 줄이는 것이고, 군대 축소의 핵심은 군사적 긴장을 줄이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에서 군사 부문의 투명성을 높이고, 비군사적 안보위협에 맞서는 활동을 늘리며,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환경 문제처럼 무력 분쟁의 더욱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