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비들은 어디에서 사용하는 장비일까요? 중환자실? 정신과병동? 체육관? 아닙니다.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외국인보호규칙’개정령안에 포함된 보호장비 입니다.그러니까 ‘외국인보호소’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사용하려고 도입하려는 새로운 장비입니다.
불법이라고? 규칙을 바꿔서 합법으로 만들어!
지난 해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되어 있던 모로코인 A씨는 독방에 서 새우꺽기(두 손과 발을 뒤로 결박한 자세)등의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는 A씨의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하며 법무부에 보호장비 사용에 있어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고 특별계호시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개선할 것을, 소장에게는 직원들에게 직무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법무부는 그 사건의 후속조치로 올해 5월 ‘외국인보호규칙’ 을 개정하겠다고 밝히고 TF를 구성했습니다.
저 장비들은 새로 밝힌 개정안에 포함된 보호장비들 입니다. 규칙에 없는 장비를 이용해 ‘고문’을 하지 말라고 했더니 법무부가 아예 갖가지 장비 사용을 합법 적으로 사용하겠다며 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것 입니다.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외국인보호규칙 개정안에 포함된 보호장비 중 ‘발목 수갑’은 노예제가 연상되는 장비로 국제사회에서 사용을 극도로 자제해 온 장비입니다. 구금시설에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인권원칙, 가이드 라인이라 할 수 있는 ‘UN 피구금자 최저기준 규칙’(만델라규칙)상에서도 콕 집어 금지하는 장비입니다. ‘보호대’는 허리에 벨트를 먼저 채운 다음 손목의 수갑을 벨트에 고정하는 것으로 두 팔을 몸통에 밀착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 장비 역시 오래전 교도소에서 인권침해의 온상이 된다는 이유로 악명이 높아 2004년 국가인권위에서 사용 금지를 권고한바 있으며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외국인보호소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체류 기간이 지났거나, 국내법 등을 위반해 강제 퇴거 대상이 된 외국인이 본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머무는 임시 ‘보호시설’을 중 하나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노예나 범죄자에게 오래전에 사용하다 사라진지 꽤 오래된 장비들을 출국을 기다리는 외국인들에게 ‘보호’라는 명목으로 다시 사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법률적 모순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사용하던 장비인 포승을 폐지하고 여러 장비들을 늘렸으나 법률적 모순이 있습니다. 외국인 보호규칙의 상위법은 출입국관리법입니다. 보호장비의 종류와 그 요건의 핵심사항은 최소한 법률에 명시 되어 있어야 하고, 그 범위 안에서 하위 시행 규칙은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하위법인 규칙 개정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보호장비를 대거 도입하는 것은 법 체계적으로 모순입니다. 상위법인 출입국관리법에는 포승이 여전히 보호장비로 명시되어 있는데 법무부 공무원들이 자의적으로 하위법인 외국인보호규칙에서 포승을 삭제하는 대신 무시무시한 장비들을 도입한다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법체계에 모순이라는 것입니다.
보호소는 감옥이 아니다
외국인보호소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나가는 문 중 하나입니다. 국제공항이 정문이라면 외국인 보호소는 옆문이나 쪽문쯤 되지 않을 까 싶습니다. 외국인보호소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 중 하나입니다. 인정률은 1%로 미비하지만 한국에 난민신청을 하는 외국인의 숫자는 1994년 이후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등의 이유를 피해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찾아오는 외국인이 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가 커지는 만큼 책임도 더불어 커져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체류기간이 지나 거나 법을 어긴 외국인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기간동안 보호하는 장소로서의 외국인보호소를 중죄를 저지른 죄인을 가둬두는 감옥처럼 생각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보호소에서는 한국에서 체류하다 피치 못할 이유로 그들의 나라로 돌아가는 외국인이 귀국 할 때까지 잘 보호해야 합니다. 오래전 죄수들에게 쓰던 흉악한 장비로 ‘보호’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한 없는 구금
외국인보호소는 현재 무기한으로 외국인을 구금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 1항은 ‘지방출입국, 외국인관서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구금할 수 있다’ 고 규정돼 있어 사실상 규정 기간이 없는 것 입니다. 실제 4-5년 갇혔던 사람도 있고 1년 이상 갇혀 있는 사람도 여럿이 있다고 합니다. 영장이나 법원의 명령없이 법무부 공무원에 의해 기약없이 갇혀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는 세번째 위헌법률심판이 진행 중 입니다.
한지연(진실의 힘 인권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