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진실의 힘 인권상
결정요지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씨가 어둠에 묻혀 있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지난 10년간 보여준 끈질긴 노력과 삶의 자세에 대해 동시대인으로서 깊은 연민과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한종선씨는 자신이 겪은 야만적 폭력과 고통스런 삶에 굴하지 않고, ‘살아남은 자’로서 진실을 향한 고단한 싸움에 앞장서 왔습니다. 또한 자신을 단지 개인피해자의 영역에 가두지 않고, 또 다른 국가폭력피해자들을 향해 손 내밀고 함께하는 연대를 통해 활동가이자 치유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상자 소개
한종선

한종선 씨는 아홉 살이던 1984년, 누나와 함께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갔다. 현재 그의 아버지와 누나는 형제복지원 후유증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1987년 1월, 폭력과 구타, 강제노역, 의문사 등 끔찍한 인권침해의 일단이 밝혀졌으나 박인근 원장에 대한 가벼운 처벌로 마무리되었다. 그 실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2012년 여름 국회 앞에서 한종선 씨가 시위를 시작하면서 형제복지원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끔찍한 짐승의 시간, 야만의 공간에서 ‘살아남은 아이’ 한종선과 수많은 피해생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그동안 잊혀졌던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의 관점에서 재조명되고, 해결방향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한종선 씨는 ‘부산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을 꾸리고 대표로 활동했으며, 피해생존자 최승우 씨와 함께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국회 앞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제8회 진실의 힘 인권상 상패
빛, 날개

독재자를 위한 미관과 도시의 침묵 가운데 짓밟혀야 했던 그의 날개를 주워 들고 뒤늦게 나마 가슴에 품습니다. 이 모진 도시미관, 저 비겁한 야경 아래 갇혀 있던 한종선 씨를 비롯한 그의 가족, 그리고 형제복지원 피해자 생존자들이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힘을 실어줄 수 있기를 기도하며 불사조의 빛, 날개를 바칩니다.

임민욱 | 미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 한국의 뒤틀린 역사에서 고통 당하고 망각된 존재들에 관심을 갖고, ‘매개자’로서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