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은 멀지만, 우리는 계속 목소리를 낼 겁니다

반올림 황상기입니다. 

이렇게 귀한 상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과거 정부로부터 고문을 당하신 분들이 만든 ‘진실의 힘’에서 주신 상이라 더 의미가 크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산업재해 말고도 우리 사회에 아픔이 많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 유미는 삼성에서 반도체를 만들다가 백혈병에 걸려서 죽었습니다. 유미가 병에 걸려서 힘들게 고생하고 있을 적에 제가 유미한테 약속한 게 있습니다. 유미는 반도체공장 화학약품 때문에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원인을 꼭 밝히겠다고 말입니다. 

그 약속을 지키는 데 1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작년에 삼성의 사과를 받고, 보상과 안전보건기금도 약속받았습니다. 몇 가지 질병에 대해서는 산재 인정을 신속하게 하는 정부의 제도개선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반도체 작업 때문에 백혈병에 더 많이 걸린다’는 정부의 연구 결과도 발표됐습니다.

최근 가장 기쁜 소식은, 10년 넘게 오래 싸워 온 혜경씨가 마침내 산재인정을 받은 것입니다. 공단과 법원에서 7번이나 인정받지 못하고, 마지막 재신청해서 결국은 산재를 인정받았습니다. 삼성이 거액의 돈으로 회유할 때, 혜경씨가 잘 버텨주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들을 만들기 어려웠을 겁니다. 

처음에는 너무 외롭고 막막했는데, 10년 넘는 세월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의사 선생님들, 변호사님, 노무사님, 교수님들, 기자님들, 여러 노동사회단체 분들, 천 일 넘게 농성장 같이 지켜주신 분들. 온갖 일에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신 많은 분들. 이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해결되지 못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작년에 용균이가 죽고, 용균 엄마가 힘들게 싸우면서 산재 피해가족들이 만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우리 산재가족들에게 용균이의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했고, 덕분에 용균엄마의 요구가 받아들여졌습니다. 다들 쉽지 않을 거라 했던 산업안전보건법도 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산안법으로는 산재에 책임있는 기업과 기업주를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노동자들은 오늘도 몇 명씩 죽어나가는데, 정작 이를 막을 수 있는 사람들은 처벌받지 않습니다. 처벌을 제대로 해야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꼭 만들어야 합니다.

이 일에 우리 같은 피해 가족들이 나서야겠다고 다 같이 마음을 모았습니다. 우리 산재피해가족모임이 아직 힘은 작지만, 계속 목소리를 낼 겁니다.

최근에, 김용균 진상조사를 회사가 방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산안법 하위법령도 누더기가 돼서 참 답답하고 화가 나는 상황입니다. 이래 가지고는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산재를 절반으로 줄일 수’ 없습니다. 정부가 똑바로 정신 차리고 일하도록, 위험한 일터를 바꿀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황유미 아버지 황상기

사진: 장성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