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힘은 ‘민주주의를 구한 시민’이라는 거대 서사에 묻힌 ‘시민’을 얼굴 있는 개인으로 되살리고, 그들의 말과 행동을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12월 3일 내란의 밤, 국회 앞으로 달려간 시민을 찾습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 공개 모집에 시민 313명이 응답했습니다.
8명(강문민서 김현우 손가영 송지혜 유지영 이하늬 정윤하 최나영)의 인터뷰어가 시민들을 만나 2시간 여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왜 나가셨나요?” “두렵지 않으셨나요?” “무엇을 보셨나요?” “무엇을 느꼈나요?” “그날 밤이 내게 준 것은 무엇인가요?” “어떤 바람이 있나요?”
질문은 단순했지만, 대답은 넓고 깊었습니다. ‘비상계엄’에 내장된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면서도 결단을 내리던 그 순간의 떨림에 듣는 이도 숙연해집니다. 두려움 가득한 걸음은 국회에 가까워질수록 똑같은 발걸음들을 만나며 안도와 신뢰, 연대감으로 가득 찹니다.
그런 결단을 한 당신은 누구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는 질문 앞에서 시민들은 ‘시민’으로 태어난 출발점부터 현재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문제,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 얼굴까지 자신의 언어로 말합니다.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지만, 마음 속에 든든한 기둥을 세우던 가슴 벅찬 순간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민주주의의 힘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삶을 살아내고 있는, 그리하여 역사의 한 조각을 만들어가고 있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참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시민 313명의 목소리는 1만여 장의 녹취록으로 남았습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마주하다보면 정치적 성향·성별·세대·직업·지역을 넘어 “헌법을 지키는 시민”, “민주주의의 감시자”, “연대의 시민”이라는 새로운 공적 정체성이 탄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12·3시민입니다.
12∙3시민의 말과 삶은 우리의 민주주의 근원을 탐색하는 언어이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입니다. 더 나아가 12·3시민들이 느낀 두려움과 공포, 망설임과 주저함, 분노와 결단, 연대의 희열과 커뮤니타스가 그대로 담긴 증언과 기록은 세대를 넘어 전승될 것입니다. 이 증언과 기록이 미래세대에게 이어져 공동체 위기에 시민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영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