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배 (5ㆍ18기념재단 상임이사)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경,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나와 무언가를 발표한다. 늘 그랬듯이 무어라, 무어라 야당과 국회를 비난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순식간이라 이게 정말인가, 잠시 멍했고, 번뜩 (예비)검속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뛰쳐나갈 채비를 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 규명 일을 하면서 1980년 비상계엄하의 상황을 문서로는 봤지만 이게 눈앞에서 벌어지니 21세기에 계엄이 가능한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 대통령이 미쳤나, 싶기도 했다.

전화를 걸어온 시청 직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시청 회의실에 모여서 함께 대책을 세우자”고 했다. 한밤중 시청 대회의실에 종교계, 학계, 시의회, 공무원, 여러 단체의 대표자 등 100여 명이 모였다. 계엄의 성립과 해제의 법적 요건, 계엄사령부 지역 분소 설치, 계엄을 성토하는 성명서 등을 두서없이 토론했다. 누구는 법전을 뒤지고, 누구는 계엄하 행정 절차를 따지고, 누구는 지역 방위사단의 병력 이동을 살피고, 누구는 시청 청사 현관을 막자고 주장했다.

1980년 5ㆍ18민주화운동 때 예비검속되었던 피해자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들은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되는 것을 확인한 후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함께 사무실 근처에 있자”고 했다. 다시 떠오른 45년 전 그날의 공포와 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이겨보려는 듯했다.

‘진실의힘’에서 ‘내란의 밤’을 기록하겠다고 했을 때, 국회에 가서 내란을 저지한 사람들의 용기를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읽은 『내란의 밤, 시민의 기록』은 한 권의 한국 현대사이고, 313명의 삶을 다룬 생애사이다.

『내란의 밤, 시민의 기록』은 내란을 막고자 국회로 달려간 사람들이 누구이며, 어느 정도였는지, 어떤 생각이 먼저 들었는지? 어디에서, 어떤 경로로 계엄 소식을 들었는지? 국회로 가게 된 과정과 경위에서 SNS의 역할도 확인하고, 심지어 대중교통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는 이동수단도 파악하여 ‘시민이 빠르게 결심하고 국회 앞으로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을 분석한다.

이런 치밀한 분석과 다양한 해석은 ‘12ㆍ3시민’의 거대한 움직임을 마치 독자에게 실시간 중계해주는 것처럼 입체감이 있다. 내란을 막은 힘을 분석하며 한 사회, 한 세대, 한 사람을 알아낸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인간적 고뇌’와 ‘나 혼자일지도 모른다’에서 ‘나 혼자가 아니었구나!’ 하는 연대감도 확인하며 결국 내란을 막은 힘을 찾아낸다.

『내란의 밤, 시민의 기록』은 12ㆍ3시민의 민주주의 의식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경험했는지를 톺아보며, 각종 사회적 참사, 국가적 재난, 부조리에서 배운 참여의식으로 내란의 밤을 저지한 그들의 삶의 궤적을 소개한다. 그래서인지 『내란의 밤, 시민의 기록』은 한국 현대사를 한 화면에 띄워놓고 연속적이고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4부 「그들은 누구인가?」는 313명의 생애를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것처럼 생생하고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