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윤(서울대 국문학과 4학년)
3월 7일, <진실의 힘>회원들의 책 모임인 ‘같이 읽기의 힘’의 첫만남을 가졌다. 이날 모임에는 모임지기인 최영아님을 비롯해 나를 포함한 회원 5인(허경민님, 한지연님, 조미진님, 배성윤)이 참여했다. 우리가 함께 읽기로 한 책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장례식장을 통해 해방 이후 70년의 현대사를 드러내는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창비, 2022)였다.
모임지기인 최영아님이 이것저것 많이 신경을 기울여주신 까닭에, 첫모임의 막연함이 덜하였다. 책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자기소개를 하고, 간단한 게임을 하는 것으로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가졌다. 각각의 회원이 진실의 힘과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진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본격적으로 감상 나누기에 들어가자,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나는 조미진님이 정지아 작가를 ‘이야기꾼’이라고 표현한 것에 크게 공감했다. 다소 무거운 얘기를 무겁지만은 않게, 그렇다고 그 무게감이 없어지지 않을 정도의 재치. 이야기에 독자가 몰입을 넘어 한마디로 흡입이 될 정도로 술술 풀어나가는 것은 작가의 뛰어난 역량 덕분임이 분명했다. 장례를 통해 남은 가족들의 화합이 이뤄지는 플롯은 이청준의 『축제』를 연상시키기도 하면서, 지난날 한국 사회에서 가족을 위험에 빠뜨림에도 추구했던 이념이 가족을 위한 마음에서였다는 아이러니함이 마음에서 쉽사리 떠나가지 않았다. 한편, 소설 군데군데에 작가는 그들이 그토록 추구했던 이념이라는 것이 완전하지 않음을 넌지시 시인한다. 초장부터 지적하는 농사와 친하지 않은 아버지의 ‘문자농사’와 노동의 가치를 긍정하면서도 노동이 싫다던 ‘부르조아 빨치산’의 존재가 그러하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머릿속에 품고 있었으나 시간이 어느덧 2시간가량이 흘러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다음 모임의 일정과 책에 관한 공지를 공유하는 것으로 끝마쳤다. 자리에서는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은, 어쩌면 모든 일의 시작은 자신을 긍정함으로부터라는 것. 그렇게 타인을 긍정함으로 나아가는 것. 자신이 ‘태어나보니 빨치산의 딸’임을 억울해하지 않고 긍정함으로써 아버지를 인정하고 이 책을 써낸 정지아 작가처럼 말이다.
다음 모임은 4월 20일(토) 10:00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 저자들이 준비하는 ‘세월호 교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