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 이후 투표지 부족으로 공정선거에 대한 믿음을 잃은 젊은 층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선거 결과가 보여준 2030 우경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지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청년 극우 현상을 단순한 세대 문제나 일시적 우경화로 볼 수 있을까요?
3강을 맡은 이원근 선생님은 “청년 극우는 새로운 현상인가, 아니면 냉전 질서의 재현인가” 핵심 질문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청년 극우 현상은 낯선 현상이 아닌 해방 이후 형성된 반공주의와 남성성의 역사적 연속선 속에서 이어져 왔다고 강사는 말합니다. ‘국가가 요구한 정치적 주체’인 청년은 해방 이후 국가 재건과 반공 체제를 수호해야 하는 존재로 호명됐고, 이 과정에서 청년은 곧 남성과 동일시되었습니다. 여성은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했지만 보조적 역할에 머물렀죠. 박정희 시기 반공주의와 군사주의는 젠더 질서를 더욱 강화한 것입니다.
강사는 특히 한국의 반공주의가 국제적 네트워크 속에서 발전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승만과 장개석이 주도한 아시아민족반공연맹, 이후 세계반공연맹과 한국반공연맹(현 한국자유총연맹)은 국내외 우파 세력을 연결하는 국제적 조직망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반공주의는 국가 이념을 넘어 국제 운동으로 확장되었고, 청년들은 반공 전사이자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로 교육되었습니다.
반공주의는 남성성과 깊게 결합했습니다. 남성은 국가와 자유를 지키는 전사로, 여성은 보호와 계몽의 대상으로 규정되었습니다. 여성의 사회 참여는 인정되었지만 남성을 보조하는 범위 안에서만 허용되었고,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젠더 질서의 역사적 뿌리가 된 것입니다.
1980~90년대 민주화 운동 시기에는 반공주의가 약화되고 학생운동이 부상했지만, 그 운동 역시 전투적 남성성과 위계적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이후 민주화와 IMF를 거치며 학생 사회는 탈정치화되었고, 운동권에 대한 실망과 경쟁 심화 속에서 새로운 청년 보수층이 등장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청년 우파는 공정 담론, 반페미니즘, 피해자 의식을 중심으로 성장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새로운 정치 세력은 청년 남성들을 “역차별받는 피해자”로 호명했고, 반중·반북·반페미니즘 정서를 통해 새로운 정치적 정체성이 형성되었습니다.
강사는 오늘날의 청년 우파가 냉전기의 반공주의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냉전적 이분법과 혐오의 언어를 변형된 방식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과거의 청년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전사’였다면, 오늘날의 청년 우파는 스스로를 사회적 피해자로 인식하면서도 여전히 국가와 문명을 수호해야 한다는 사명을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강사는 일부 여성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는 반중 정서, 반이민 정서, 특히 무슬림과 난민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는 유럽 극우와 유사한 문화적 배제 논리와 흡사하다는 봤습니다. 특히 예멘 난민 수용 반대나 중국인 혐오 담론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 역시 안전과 보호의 언어를 매개로 배타적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우리의 문명과 공동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냉전식 언어가 오늘날 반중·반북·반이민 담론 속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강사는 오늘날 극우화의 문제는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반공주의, 남성성, 국가주의, 그리고 배제의 정치가 새로운 형태로 재등장한 현상으로, 이러한 역사적 연속성을 이해할 때 비로소 오늘날의 극우 현상에 대한 더 깊은 분석과 대응이 가능하다고 짚었습니다.
열띤 강연에 이어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참석자1:
최근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서 신체 단련과 남성성이 극우 담론과 결합하는 현상을 듣고 있었고 청년들이 집회 과정에서 자신을 국가 재건의 주체로 인식하는 모습이 우려됩니다. 여성들의 반중, 반이민 정서는 맘까페와 교회커뮤니티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고 2030 여성의 정치 성향 변화는 단순한 보수화가 아니라 젠더 의제 후퇴와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닌지 질문합니다.
강사:
한국에서도 서구처럼 마초적 남성성과 극우 정치가 결합하는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오늘날 청년 극우는 피해자 의식과 재건 주체 의식이 함께 작동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2030 여성의 정치 성향 역시 단순한 보수화로 설명하기 어렵고 다양한 정치적 경험이 작용한다고 보지만 다만 남성극우들에게 보기 힘든 유럽의 극우들과 접점이 생기는 반중, 반이민 언어를 이들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참석자2:
청년 극우와 보수화 담론이 수도권 중심의 논의는 아닌지 질문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 특히 대구와 서울 등 지역별 청년 정치 성향 차이에 대한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강사:
역사적으로 지방에서도 반공 조직과 냉전 문화가 독자적으로 작동하며 극우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지방 청년들이 일자리와 지역 소외 문제 속에서 더 강한 피해의식을 느낄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또한 청년 정치 성향은 지역의 지배적 정치문화와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 속에서 형성되며, 대구와 광주처럼 지역별 역사와 세대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정치적 태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면 대구의 인터뷰이 경우 윗세대들이 갖고 있는 정치성향 차이를 말하며 광주 출신 인터뷰이는 518 역사를 위세대에서 강요하는 진지함과 억압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발견되었습니다.
참석자3: 1990년대 학생운동 내부의 폭력은 당시 국가 폭력과 탄압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학생운동의 여성 주변화 역시 한국 사회 전반의 성차별 구조와 함께 봐야 하며 아울러 냉전기 엘리트 학생운동과 오늘날 2030 청년 보수화를 직접 연결하는 데 의문을 제기하며, 현재 청년들의 보수화는 민주당과 586세대의 위선, 기득권화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지 않느냐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강사:
학생운동 내부 폭력이 국가 폭력과 군사주의 문화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해석에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다만 핵심은 시대마다 ‘청년’이 사회 변화의 주체로 어떻게 호명되고 자기 역할을 인식해왔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 청년 보수화에는 민주당과 586세대의 도덕적 위선에 대한 반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이러한 비판이 청년들의 새로운 도덕성과 피해자 의식을 형성하는 서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참석자4:
신자유주의와 양극화 속에서 청년들의 불안과 기득권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민주당 정부 시기에 부동산 정책이나 젠더 정책에 대한 반발이 청년 보수화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요.
강사:
청년들이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경제 정책을 ‘사다리를 걷어찬 정책’으로 인식하며 강한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불만이 반공·반중 언어들과 결합하며 정치화되기도 합니다.
참석자5:
학생운동에 대한 어떠한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셨는데 사실 청년이라고 하면 학생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많이 있죠. 노동운동의 변화가 굉장히 극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노동운동이 대기업 노조와 플랫폼·서비스 노동으로 분화되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적 연대보다 집단 이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동운동의 우경화와 변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강사:
그동안 청년 담론에서 학생이 변화의 주체로 주목받은 반면 노동자는 사회 변혁의 주체로 충분히 인식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엘리트주의적 시각이 작동한 측면도 있었고요. 또한 노동시장의 파편화와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연대가 약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권위주의적 정서와 결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아지는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석자6:
청년 극우화를 연구할 때 서울과 지방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어요. 서울 청년의 정치 성향은 주거·교육·소득·젠더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특수성이 있으며, 계엄과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한 반응 역시 지역마다 온도 차가 다르게 나타나는거 같아요.
강사:
지역성 문제는 역사 연구에서 중요한 과제입니다. 기존 연구가 수도권 중심으로 이루어진 한계가 있으며, 지역마다 서로 다른 사회적 경험과 정치문화가 청년들의 정치의식 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울산, 대구 등 지역에서 체감하는 분위기가 서로 달랐던 경험이 있어, 앞으로 지역별 차이를 반영한 연구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합니다.
참석자7:
한국 사회가 보수 정권보다 민주당 정권에 더 엄격한 것은 아니라고 보며, 오히려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부에서 대규모 저항과 탄핵이 있었습니다. 다만 청년들이 민주당 정부 시기에 겪은 부동산 가격 급등과 성폭력 사건 등은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실제 경험한 현실이었어요. 특히 민주당과 586세대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이 청년 보수화의 중요한 배경일 수 있으며, 민주당이 한국 사회의 보수화에 미친 영향도 더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