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후원을 하고 싶은데 후원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래 동안 정기후원을 하고 있는 분인데 후원금을 또 내신다고요? 무슨 사연이 있는 후원인지 궁금해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2012년부터 진실의 힘을 후원하고 계신 설정희 회원님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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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전 어떤 날은 상담자로, 일주일에 한번은 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마을에서는 협동조합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설정희라고 합니다.

마을 공동체 활동을 오래 동안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열심히 마을 활동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을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부산의 공동육아협동조합에 부모조합원이 되면서부터예요.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저도 부모가 처음인지라 어떻게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야하지? 난감해 하고 있던 참에 비슷하게 아이를 키우던 친구가 공동육아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어요. 생소하지만 여러 부모들이 육아에 공동으로 참여한다는 방식에 솔깃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이가 둘인데, 11년 동안 공동육아협동조합에서 함께 자랐어요. 당시 전업주부이기도 했고 제가 관계 지향적인 성향이다 보니 협동조합 부모들과는 친형제 못지 않게 지냈고요, 그렇게 인연이 오래 지속되니 자연스레 마을 공동체 활동을 계속하고 있어요. 초기에는 부모들 간 서로 다른 가치관과 태도로 인해 고단함과 버거움도 있었지만, 다들 어떤 얘기라도 듣고 나누며 문제를 풀어가려는 협력과 소통의 마음들이 더 큰 것을 느끼게 되어 떠날 수가 없었어요. 부모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가면서 마을 활동은 더 확장되었어요. 마을 단오제는 협동조합 사람들뿐만 아니라 토박이 마을 사람들까지 함께 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죠. 놀이 속에서, 그리고 여러 사람들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그 즐거움이 중년의 저를 신나고 생기 넘치게 했는데 그게 활동의 동력이 된 것 같아요. 누군가가 마을에 친정 엄마처럼, 우렁 각시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제 마음도 딱 그랬어요. 저녁을 앞에 두고 옆 테이블 마을사람들과 인사도 하면서 ‘오늘은 어땠어?’ 안부를 물어보고 ‘큰 애가 키가 더 큰 것 같은데?’ 하며 서로의 자녀를 챙기면서 얘기를 나누는 그런 편안함과 든든한 정이 느껴지는 공간이 우리 마을에 있으면 너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마을밥집을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서 그런지 마을사람들이 서로가 알고 하나의 공동체로 묶이는 게 정서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마을에서 뭔가를 제안하면 좋은 결과가 먼저 그려져서 더 신나게 마음을 먹고 움직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을학교를 만들어가는 일도 마을밥상을 운영하는 일도재미있게 할 수 있었어요. 제가 마을에 시간과 마음을 쏟을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가족의 배려 덕분이었어요. 집에서 엄마와 아내로 머물러 있는 시간보다 마을사람을 만나 복작복작거리며 사부작사부작대는 저의 하루를 인정해줘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필요할 때 빈 자리가 많았을텐데 기다려주고 허용해준 가족의 사랑이 제일 큰 이유예요. 너무 고마워요.

상담 공부를 시작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마을학교라는 배움터에서 돌봄지기를 제안 받았는데 그게 딱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좀 두텁게 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나 하고 싶은 모임을 열어주고 관계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거였죠. 당시 저는 어느 정도 마을에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니 기꺼이 하겠다 했어요. 그러다 한 4년쯤 됐을까요? 돌봄지기가 긴 시간을 일하는 건 아니지만 이 일 자체가 여러 마음을 써야 되는 게 굉장히 많았고, 저도 40대 중반이 넘어서니 1인 체제로 가는 건 너무 버겁다는 생각이 들 때였어요. 마침 활동가 한 분이 더 오시게 되면서 저한테도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그때 ‘내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끔 마을 사람들하고 부대끼다 보면 에너지가 가라앉을 때가 있고 막막함을 느낄 때가 있었거든요. 마을에서 일하면서 안정감은 있는데 제 안에 생기라 할까요? 그런 에너지가 사그라지는 게 제가 싫은 거예요. 소란스럽고 복작대는 제 생각과 마음을 스스로는 괜찮다 하지 않게 되었어요. 스스로 마음을 토닥이고 안정화시키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던 차에 돌파구로 생각한 게 공부였어요. 공동육아협동조합에서 부모교육을 받다가 상담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그래서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해 상담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거죠.

무료 상담소를 운영 하고 계신데 상담소를 소개해 주세요.

모든 공부가 그렇겠지만 상담공부는 끝이 없어요. 우리 마을에서도 다양한 이유로 상담을 공부한 분이 계셨어요. 그 분들 중에 같은 부모조합원이었던 여섯 명이 우리 같이 상담 관련 책도 읽고 공부도 하자, 혹시 모르니 종자돈도 모아보자 하면서 모임을 하나 시작하게 됐어요. 그러다 마을 사람들이 가족관계나 학교 생활에서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우리가 심리상담을 해보면 어떨까 제안했어요. 제가 마을학교에서 일한 경험도 있고, 함께 아이들을 키웠던 마을에서는 사람들의 마음 보따리를 풀어보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저의 제안에 다들 기꺼이 한번 해보자 했고 무료심리상담을 진행하게 된 게 마을에서 상담을 펼치게 된 출발이었어요. 그러다 얼마 마을학교에서 진행한 심리상담을 ‘희망교육지구’[1]에서 상담비를 지원할테니 계속 이어서 진행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서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어요. 상담비를 지원받으니 무료상담은 아니에요. 다만 지원받는 대상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어서 그 대상이 아니어도 상담소 대관비만 받고 개인상담을 진행하고 있기는 해요. 상담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이유는 여섯 명의 상담사들이 문턱이 낮은 상담소를 지향하고 있고, 전적으로 상담 활동을 통해 가정 경제를 꾸리지 않아도 되어서 인 것 같아요. 함께 상담을 진행하는 선생님들과 학교등 외부에서 집단 상담을 하고 약간의 상담비를 받는 경우는 여러 단체에 돌아가면서 일시 후원금을 냅니다. 4월에는 416재단에 5월에는 518재단에 냈구요 이번달에 진실의 힘에 내게 된거죠.

2012년 5월부터 진실의 힘을 후원하고 계십니다. 후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정확하지 않는데 마을 일을 하면서 그 당시에 진실의 힘이 활동하는기사를 봤거나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활동들을 읽어보고 후원하게 됐어요. 피해자분들이 버텨낸 시간과 결의, 옹골찬 마음들이 너무나 고맙게 다가왔고 감사했어요. 진실의 힘이 그 분들을 지원하면서 진상규명 활동을 하는 걸 보니저 대신 가족이 되어준 것 같더라고요. 후원을 안 할 까닭이 없었어요.

진실의 힘에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사실 제 얘기를 하자니 너무 부끄러워요. 진실의 힘에 아주 적은 금액을 후원하는데 소개할만한 회원이 되나 싶었어요. 마을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조심스러웠어요. 마을 일이라는 게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들이 모여 같이 나아가는 것인데 제가 이야기하면서 과장되게 전달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염려도 됐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인터뷰하는 것이 고민이 됐어요. 하지만 이야기를 전하면서 제가 여전히 우리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좋아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다양한 회원들의 모습을 전하면서 가족이 되어주는 진실의 힘을 믿는 마음이 느껴져 용기를 내게 됐어요. 기다려주셔서 제 마음을 정리하고 저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1] 부산광역시교육청과 동구청이 상호 협약을 통하여 학교와 지역이 협력하는 지역공동체를 구축하여 공교육 혁신과 지역의 동반 성장을 이루기 위하여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