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영만스님을 소개합니다. 스님은 현재 구례 보림사에 계시는데 조계종의 ‘은퇴자 출가’제도를 통해 출가를 했습니다. 출가 전부터 진실의 힘을 후원했는데 여전히 진실의 힘 활동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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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의 ‘은퇴자 출가’제도를 통해 출가했다고 하셨습니다.
2017년, 조계종에서 처음으로 ‘은퇴자 출가’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은퇴자가 행자등록을 할 때 사회 각 분야에서 15년 이상 활동한 경력과 건강보험, 연금수령 예정 등을 증명해야 합니다. 첫해에 전국에서 세 명이 출가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7년 동안 수행하고 지난해 통도사에서 수계를 받았습니다.
정년을 하고 1년 동안 계속 고민했습니다. 정년 후에도 보통은 30년을 더 사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 무엇을 해야 하나,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고민이 많았어요. 그동안은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꾸리고 미래를 준비했지만 정년 퇴직을 하고 나면 특별한 일 없이 놀거나 산에 가거나 아니면 용돈 버는 소일거리……… 그런 것들을 하죠. 결국 힘들어지면 못 할 일들이라 고민 끝에 ‘수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해서 얼마나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 나라도 나를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족들에게 어렵게 이야기했는데 흔쾌히 동의해줬습니다. 출가하려면 독신이여야 해서 이혼하고 출가를 했습니다.
나이 들어 출가하니 수계를 받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자연에서 수행을 하면서 남은 인생을 지내는 것이 부럽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선택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관심을 많이 가진 것이지요. 불교에서 수계는 진중한 의식이고, 스님들 사이에 지켜야 할 규범이 존재하기 때문에 외부인이 볼 수가 없습니다. 수계 받는 날 친구들 여럿이 절로 모였는데 실제 수계식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절 마당에서 기다리다 제가 나오니 모두들 박수 치고 기뻐해줬습니다. 아마 수계식이 끝나고 그렇게 소란스러운 광경은 처음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출가를 하니 오래 산속에서 수행한 스님들에 비해서 제가 사회의 시선으로 종단을 바라보는 면이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불교계가 좀 더 세상과 발을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장차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신가요?
보림사는 번화가에 있고 화엄사 위탁 시설을 운영하는 스님들이 쉬는 공간으로 기능한 면이 있습니다. 불교 신자가 고령화되고 젊은 인구가 없어서 절을 찾는 신도의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구례 시내의 신자들은 오래 다닌 절이 있어 보림사에서 신행생활을 하지 않기도 하고요. 섬진강이 보이는 곳에 선방에 다니는 스님들이 수행하면서 쉬는 수행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저의 장차 목표입니다. 물론 신자들도 수행에 이용할 수 있어야죠. 승속이 함께 어울려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세속에 있을 때도 천주교 교구 산하의 시각장애인시설을 운영했습니다.
복지시설을 오래 운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냥 나 혼자 잘 먹고 살기 위해서 삶을 꾸려 나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만 살아야 하겠는가. 이왕 태어났으니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부지원금 없이 천주교 신자들의 도움과 후원으로 두 개의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다가 출가하면서 천주교 교구에 그대로 두고 나왔습니다.
스님은 3개월에 한 번씩 동국대 병원에서 진료 받으러 서울에 오는데 오늘이 마침 병원에 온 날이었습니다. 40년 만에 사무실 옆 덕수궁도 다녀왔다고 하셨어요. 강제징집, 5월 광주, 강제수용, 복학, 국전 입선… 출가한 신분이라 세속에서 있었던 사연을 다 공개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승속이 함께 어울리는 불교계를 고민하는 영만 스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