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0일,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 저자들과 함께 하는 "세월호 교실"을 진행했습니다. 이 날 함께 해주신 백미경 선생님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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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경(국어교사)

나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은 읽다가 덮다가를 반복하며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학여행 가는 아이들 모습이 글을 쫓는 내 시선을 자꾸 붙잡았다. 아이들의 엄마로, 공동체의 성인으로, 그리고 교사로서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마음은 복잡하고 참담하다. 지난 10년간 세월호에 대해 그 무엇이라도 말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세월호 교실>이 열리는 날은 원래 친구들과 여행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가지 못하고 <세월호 교실>에 참가했다. 세월호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10년 동안 슬퍼했고,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읽었지만 여전히 나는 분명하게 알지 못했다. 왜 ‘세월호’가 가라 앉았는지, 왜 가라앉는 배를 보면서도 배 안의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는지, 다시는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는 있는 것인지, 이번만큼은 분명히 알고 싶었다.

아이들은 규칙과 질서를 지키는 것이 단체생활에서 중요하다고 배워왔을 것이다. 그날은, 날씨도 좋았고, 수온도 낮지 않았으며 그들을 구조하러 온 어선들이 주변에 있었다. 배 밖으로 나오기만 했다면 살았을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어라’는 선내 방송의 강제력은 매우 컸을 것이다. 그것은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그날 아이들과 함께 그곳에 있었다면 나 또한 그렇게 선내 방송을 믿고 아이들을 다독이며 구조를 기다렸을 것이다. 늘 교내 방송을 주의 깊게 듣고 따르도록 훈련되어 있는 교사에게 위기상황에서 나오는 방송은 저항할 수 없는 선언이다. 수천 번을 생각해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그 참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닿았을 때 느낀 깊은 절망을 표현할 길이 없다.

<세월호 교실>은 '언제 가라앉아도 이상하지 않은 배'가 되기까지의 세월호의 구매와 증개축 과정, 화물을 더 싣기 위해 고박을 제대로 하지 않고 평형수의 양을 지키지 않는 변칙, 이것을 검사하는 시스템의 부실을 잘 설명해줬다. 세월호가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배였는지 이해가 됐다. 어떤 욕망과 안일함이 배를 그 지경으로 만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침몰하는 배를 눈 앞에 두고도 체계적인 무능과 무책임으로 해경이 어떻게 구조를 망쳤는지도 알게 되었다.

일부의 진실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이 있다. 정부가 나서서 세번의 조사를 했어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데 명확한 원인 규명 없이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세울 수 있는가? 우리는 정말 세월호 이전과 다른 사회를 만들고 있는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이후에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참사를 불러오는 사회구조를 답습하고 있지 않는가 생각하게 된다. 현재는 책임있는 사람들이 세월호 때와 다르게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을 수 있는가?

배운 대로, 하라는 대로 했는데 죽음에 이르게 되는 사회를 만났다. 더 높이 쌓기 위해 아래 블록을 무너질 때까지 빼먹은 키 높은 젠가 같은 위태로운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들처럼 필요한 곳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겠구나 싶다. 4월의 토요일에 친구들과 가지 못한 여행은 아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