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하(화가)
그림 그리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 특히 말을 하라고 할 때는 늘 도망 다녔는데 이렇게 마이크를 주시네요.
저희 어머니가 2년을 살 수 있겠다는 선고를 받고 8년을 사시면서 가족들은 존엄사를 고민 했었습니다. 이 책의 작업을 맡을 무렵 제가 몸이 안 좋아 지면서 결국 요양병원에 모시게 됐어요. 가장 좋은 시설이라고 해서 선택했는데 겉보기에는 보호자에게 잘하고 좋은 것 같았는데 어머니께서 돌아가실 무렵이 됐을 때 뭐랄까 폐기처분을 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좋은 시설이란 말을 듣고 골라서 찾아간 병원이고 간병인에게도 잘했는데 어머니의 생을 마무리 하는 무렵에 들었던 말들, 당했던 일들, 상처들을 생각하면…… 그 큰 요양병원에 임종실이 하나 없이 빨리 좀 치워 달라고 하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것 때문에 서러워서 많이 울었습니다. 어머니의 귀중한 마지막을 위해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당장 오늘, 막상 내 일이 되고 나니 ‘나는 하나도 준비가 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탈시설을 하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그 사이 드는 서러운 마음들은 어떻게 하나 싶습니다. 어쩌다 보니 인권에 관한 그림을 많이 그리게 됐는데 저는 이 책을 공부하듯이 읽었고 아직도 질문이 많습니다. 사는게 늘 질문의 연속인 것 같아요. 아파도, 장애가 있어도, 사람으로 대접받기를 바라고요. 덕분에 좋은 자리에 와서 많이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