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현정 (사회적협동조합 사람마음 이사장)

최현정 (사회적협동조합 사람마음 이사장)

사회적협동조합 사람마음은 심리학 분야, 철학 분야 활동가들이 같이 일하는 곳입니다. 2012년에 개소한 이래,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는 분들과 심리상담ㆍ사회적 활동을 함께하고 있으며, 트라우마 심리상담 분야에서 활동하는 상담가들에게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트라우마 심리상담이 생존자들에게 실제로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연구하고, 더 필요한 심리상담이 될 수 있도록 방법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2024년, 형제복지원 피해 국가손해배상 소송에서 생존자분들의 심리적 후유증에 관한 의견서를 작성하면서 사람마음이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10여 년간 사람마음에 든든한 응원과 지원을 해왔던 진실의힘의 조용환·송소연 이사님과 트라우마 심리학 분야에서 더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고민을 나눴습니다. 진실을 찾는 여정에 종착지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길에서 사람마음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진실의힘이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던진 결과, 심리치료자가 공익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정신건강 분야의 지식과 실천을 우리 사회가 더 정의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나 사회복지 분야에 비해서 심리상담 분야는 아직 규모가 작습니다. 그러나 점차 정신건강이 우리 모두에게 삶을 영위하는 중요한 축으로 주목받으면서 먹고사는 문제만큼, 아니 먹고살기 위해 마음을 돌보는 일에 대한 관심과 욕구도 늘고 있습니다. 국가도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책임을 인지하고 있고, 현재 여러 트라우마 센터가 공공 자원으로 운영되어, 심리학자들이 행정안전부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법무부 스마일센터, 보건복지부 해바라기센터 및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아직 심리상담을 명확한 법의 테두리에서 정의하지 못하다보니, 심리상담 분야 종사자가 일자리를 찾을 때 대다수가 민간 영리 분야를 선호하고, 특히 경력이 많은 상담가일수록 영리 기관으로 자리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마음의 고통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부조리와 모순에서 비롯되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걸 우리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심리학자는 관료주의적 판단에 종속될 때가 있습니다. 그게 싫다면, 사회적 참사가 있을 때 자원활동식으로 국가에 동원되어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업한 심리상담가는 시장의 논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동체적 회복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을 펼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공기관이든 영리 분야이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든, 공동체 회복에 관심 있는 심리상담가와 함께 심리치료의 공익성에 대해 고민해보자 하여, 진실의힘 지원으로 공익심리치료 활동가 양성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2024년 11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공익심리치료에 관심 있는 심리상담가를 모집하는 공지문을 심리상담 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국임상심리학회와 한국상담심리학회에 올렸습니다. 대여섯 명 모이겠거니 싶었는데, 공익심리치료가 무엇인지 생소하고 낯설지만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전국에서 문을 두드린 사람이 모두 47명이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첫 모임에서 공익심리치료에 대한 상상과 기대를 모아 만든 워드 클라우드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공익심리치료활동연대는 정기적으로 모여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하면서 진실되고 정의로운 심리치료를 구현하기 위한 태도와 방식을 갈고닦았습니다. 사실 공부보다 더 어려웠던 건 정부와 영리 분야에서 결국 찾지 못한 생존자분들을 어떻게 초대할지였습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믿음을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분들에게 그래도 다시 만나보자는 제안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하다가, 사실 많은 활동가가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생존자 한 분 한 분을 찾아 뵙고 같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음을 돌보자고 설득하기도 하고, 외면받기도 했습니다. 안락한 심리상담실 소파에 앉아서 생존자를 기다리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깨달음에서부터, 그렇다면 나가서 맞이한 생존자를 어떻게 심리상담실로 모실까, 심리상담이라는 전형적인 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기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고민까지, 공익심리치료라는 황무지에서 한 발자국의 땅을 그렇게 일구었습니다.

이제 1년의 활동을 마쳤습니다. 1년 동안 수많은 공부 모임에 참석하고, 한 분의 생존자께 정기적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과제를 충실히 수행한 1기 활동가는 최종 14명입니다. 그만큼 어렵고 부족하고, 그래서 그만큼 더 채워나가야 하고, 시작한 만큼 이제 중단할 수 없는 활동입니다.

국가폭력, 아동 학대, 인신매매, 범죄, 혐오의 생존자들 그리고 바로 지금 열악한 환경에 처한 어린이들과 함께한 1년이 지나갔습니다. 2월 마지막 공부 모임까지 생존자를 만나면서 애썼던 일, 후회되는 일, 무엇보다 생존자와 활동가의 두 세상이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공존하는 순간을 마주했을 때, 삶을 돌아본 작업을 마친 생존자께서 “나라는 사람은 진실이었어”라는 말씀을 했을 때를 공유하면서, 활동가들은 참 많이 울었습니다. 공부 모임에서 그렇게 사람들이 우는 것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치열한 1년을 위한 든든한 자원을 마련해주신 진실의힘에 감사합니다. 처음 시도한 작업이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지금까지 진실의힘이 걸어온 길에 힘입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음의 일을 알아주시고 등 두드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실의힘과의 연대를 계기로 앞으로 사람마음은 공익심리치료활동연대를 계속하여 일궈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