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권적 중대범죄 소멸시효” 관련 법무·검찰개혁위원 권고에 대한 진실의힘 성명

세월이 흘렀다고 국가책임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을 즉각 수용하라!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은 오늘 ‘고문 ·조작 등 반인권적 범죄 피해자를 위한 국가배상 및 소멸시효’와 관련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불법구금, 고문, 증거조작 등 공권력을 이용한 국가의 반인권적 범죄는 민주국가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범죄”라며, “피해구제를 위한 종합적 조치”를 정부 정책의 원칙으로 채택하라고 권고했다. 나아가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는 소멸시효 항변을 하지 않을 것임을 정부 정책으로 채택”하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반인도적 국가범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국제법의 원칙을 국내법으로 수용할 것을 주장해온 (재)진실의 힘은 위원회의 권고안을 환영하며, 법무부가 이 권고를 수용하여 법적 제도적 정비를 서두를 것을 촉구한다.

반인권적 중대 범죄를 일체 용납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라.

전쟁과 분단, 장기간의 독재정권 시절을 경과하면서 대한민국은 수많은 역사의 희생자를 양산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고문 조작 간첩사건, 열사· 의문사 사건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났다. 국가의 중대범죄 행위는 자신을 변호할 능력 없는 이들을 향해 제일 먼저 이뤄졌다. 세월이 흘러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거에 자행된 국가폭력 범죄행위에 대한 진실 조사가 시작되었고 그에 따라 과거 고문조작 사건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선고받게 되었다. 하지만, 고문조작을 일삼은 수사관들과 이를 묵인한 검찰, 법원의 책임자는 단 한사람도 처벌받은 적이 없다. 이는 가히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주장한다. 정부는 고문 행위를 범죄행위로 명문화하고 이를 공소시효 없이 처벌하기 위한 조항을 명시하는 것을 포함하여 반인권적 범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수립하라.

반인권적 중대범죄에 소멸시효는 없다.

개혁위는 또한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정부는 소멸시효 항변을 하지 않을 것임을 정부정책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너무나 자명한 이 상식이 대한민국 법에선 무시되어 왔다. 심지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대법원은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받아들였고, 느닷없이 소멸시효를 단축시키는 판결을 내렸다. 그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가범죄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권리는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다. 인간 존엄성을 파괴하고 비국민으로 내몰았던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의자 정의 회복인 것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 국가의 책임을 묻으려 해서는 안된다. 법무부는 개혁위의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가범죄에서 소멸시효 배제’를 명시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을 촉구한다.

진도가족간첩단 조작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반환소송’을 철회하라.

국가가 한 개인을 향해 불법행위를 자행했을 때, 개인의 삶은 이중 삼중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깊은 어둠에서 빛을 향해 나올 때까지, 불의를 바로 잡을 때까지, 고통은 오로지 피해자의 몫이었다. 국가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혹했다. 피해자들의 피눈물 나는 세월에 대한 배·보상을 우선해야 마땅한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온당한 자세가 아니다. 1981년 전두환 군사독재시절 자행된 대표적인 고문조작 사건인 진도가족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들은 또다시 피고가 되어 지금까지도 ‘항소이유서’를 써야하는 참담한 지경에 내몰렸다. 1981년 당시 일가족을 끌고 가 고문으로 간첩 조작한 이들이 안기부였다면, 지금 반환소송을 제기한 국가의 주체는 국가정보원이다. 이름만 바뀐 채로 고문조작에 이은 2차적 가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부정의, 부당함을 우선해서 시정하지 않고서 어찌 ‘나라다운 나라’의 품격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적폐와 부정의를 바로 잡으려는 촛불들의 간절함으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가 그 이름에 걸맞는 조치를 취하길 기대하는 것은 비록 피해자들만의 염원은 아닐 것이다. 개혁위의 권고대로 정부는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과 대법원의 소멸시효 단축 판결 등으로 인해 배상받지 못한다는 판결이 확정되었거나 가지급받았던 배상금을 반환해야만 하는 박동운과 같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반환 요구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2017년 12월 7일

재단법인 진실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