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진실의 힘 이사장 박동운입니다. 길고 고되었던 2020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어느새 어린아이까지도 마스크를 써야 현관문을 나서는 것이 당연해졌고, 코로나 이전의 일상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줬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했고, 동시에 가장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 드러냈습니다. 전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곧 우리 사회의 수준을 보여줍니다. 한국은 신속한 검사와 방역 조치 등 코로나 대응으로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거나 소외된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방역의 최전선에서 애쓰는 의료진과 배달노동자들의 노동력에 기대어 여러 차례의 위기를 겨우 극복했고, 그중 과로로 사망하는 이들을 보았습니다. 콜센터와 같이 인구밀도 높은 일터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감염에 취약한 환경에서 근무하며, 방역 조치로 일자리를 잃기도 합니다. 요양시설과 복지시설, 수용시설 등에서 여러 번 집단감염이 발생했습니다. 코호트 격리 조치가 취해지면, 미감염자도 감염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국가는 가장 약한 이들에게 각자도생을 강요합니다.
우리 조작간첩 피해자들이 진실을 밝히던 때를 떠올립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고문을 당한 끝에 간첩이 되었습니다. 징역을 마친 뒤에는 진실을 밝혀야지 숨통이 트일 것 같아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사건을 알렸습니다. 각자도생의 시간, 그러나 우리는 그 안에서 연대하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어둠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손을 마주 잡은 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어둠 또한 연결의 힘으로 건너갈 것을 믿으며, 진실의 힘도 미약한 손을 보탭니다.
진실의 힘은 코로나가 한국 사회에 던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해석해야 하는지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모여 이를 의미 있는 결과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가 활동을 재개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진실의 힘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한 1기 진화위가 당시에는 인권 침해적 시각에서 바라보지 못했던 형제복지원과 같은 강제수용시설 문제를 비롯하여 진실규명이 필요한 사건을 발굴하고, 진실규명 신청을 하는 피해자들을 지원할 것입니다.
올해 초 <다시는> 김미숙, 이용관 씨의 단식 29일만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정부안이 국회를 겨우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기업 책임도 처벌 수준도 낮은 ‘누더기’ 법안입니다. 진실의 힘은 일터에서 가족을 잃은 분들이 이런 고통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만든 <다시는>께 인권상을 드렸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는 개인을 길 위에 서게 합니다. 그래서 다짐합니다. 잡은 손을 놓지 않겠다고, 우리가 가장 힘들었던 때, 우리의 손을 잡은 연결의 힘을 믿으며.
예년 같으면 이런 힘든 때야말로 서로 얼굴을 보고 웃고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었을 터입니다. 서운한 감이 없지 않으나 꾹 참으시고 신년에는 더욱더 힘찬 한 해가 되시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