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10회 진실의 힘 인권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연순입니다. 먼저 여러분께 올해 진실의 힘 인권상 시상이 열리지 않게 되었다는 아쉬운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 

진실의 힘은 지난 9년간 유엔이 정한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인 6월 26일에, 고문과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를 당하고도 생존자로서 피해자의 구조와 치유, 재발방지에 크게 기여한 인사 또는 단체를 선정하여, 그분들의 노고와 희생을 기려왔습니다.  

올해 10번째의 수상자를 선정하는 작업은, 특히 ‘10’이라는 숫자가 주는 울림을 그 안에 담고자 예년보다 일찍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1월에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저를 비롯한 곽은경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사무국장, 김선주 언론인, 이근행 MBC PD, 이삼성 한림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임민욱 한예종 교수, 조용환 변호사, 제9회 인권상 수상자인 산업재해 네트워크 '다시는'을 대표하여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님이 참석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특히 의미 있는 시상이 이루어지도록 적극 노력하자는 다짐은 1월경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 경우 강력한 전염력과 치사율을 보이는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에서  강력한 모임 제한 조치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심사위원회도 모임을 계속 미루어야 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모든 모임과 활동이 움츠러들면서 수상자를 추천하는 움직임 역시 ‘멈춤’ 상태가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그 기세를 떨치던 6월 3일, 심사위원들은 진실의 힘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만나, 열 번째 진실의 힘 시상식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드러낸 새로운 진실은 무엇인지를 토론하였습니다. 우리 공동체가 맞닥뜨리고 있는 이 상황은, 한국 사회 뿐 아니라 인류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바이러스는 전염대상을 가리지 않지만 실제 죽음의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것, 구조적으로 더욱 많이 빈번히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대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 결과, 10번째 진실의 힘 인권상 선정 절차를 중단하기로 의견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시상식을 진행한다 해도 온라인 시상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 여러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가급적 억제해야 한다는 실무적인 측면도 고려되었지만, 시상식을 진행하지 않는 대신 역사의 대전환기가 될지 모르는 현재의 위기 상황이 드러내는 이슈들을 사회적 의제로 삼는 계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보자는 의견 또한 반영되었습니다. 

여러분께 수상자 선정 절차가 불가피 중단되었다는 소식을 알려드리면서도 10번째 인권상의 주인을 찾지 못한 아쉬움, 시상식을 통해 함께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격려하는 속에서 따스한 마음을 나눌 기회를 갖지 못한 서운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함께 한자리에 모이지는 못하여도 하나의 생명을 존엄하게 여기는 마음, 모든 존재의 평등을 꿈꾸는 우리의 마음은 변함없으리라 확신합니다. 아무쪼록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말미암아 인류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다시 만나는 날까지 여러분 모두의 건승과 건강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