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자무쉬 <커피와 담배>의 '샴페인(Champagne)' 에피소드를 좋아합니다. 고된 노동을 잠시 멈추고 노인 둘이 탁자에 마주 앉습니다. 구스타브 말러의 '나는 세상과 끈을 놓쳐버렸나'가 흘러 나오고, 두 노인은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대화합니다.
"우리 이 커피를 샴페인으로 생각하며 건배하세"
"이게 왜 샴페인인가? 난 커피가 좋네. 노동자의 커피"
1920년대 파리의 댄서 조세핀 베이커에게 축배를 보내다 보니, 10분의 휴식 시간은 야속하게도 빠르게 흘러 갑니다. 두 노인에게 샴페인을 닮은 커피는 흐르는 시간을 잠시 붙잡는 타임머신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묘한 순간을 선사하는 커피를 그래서 참 좋아합니다.
이 마음을 알았는지 샴페인만큼 귀한 커피를 후원해 준 분들이 있습니다. 일리(illy) 커피 머신을 후원한 이채훈님과 여기에 꼭 맞는 두 종류의 커피 캡슐을 보내 준 박현진님입니다. 커피를 마실 때마다 두 사람이 전해 준 일상의 크고 작은 기쁨을 생각하곤 합니다.
커피와 함께 떼놓을 수 없는 빵은 어떤가요. 진실의 힘 사무실을 찾을 때마다 크래프트 봉투에 한아름 든 '빵'을 선물하는 김재명 선생님입니다. 재심을 준비 중인 김재명 선생님은 안국역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안국 153'에서 인기 많은 빵만 쏙쏙 골라 오십니다.
'빵' 하면 '봄날의 책' 박지홍 대표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진실의 힘 출판사 책을 준비할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 분입니다. '봄날의 책' 신간이 나오면 먼저 읽어보라고 한 권씩 선물해 주시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독일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라이너 쿤체의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출간됐다고 합니다. 한시대의 문제를 올곧고도 섬세하게, 더없이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증언하는 시인이라고 하니, 서점에 가시면 꼭 한 번 읽어봐 주세요.
커피와 빵 그리고 시집, 4월에 어울리는 정갈하고 아름다운 최고의 조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