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생, 올해로 네 살이 된 후원회원 김시현 님은 어떤 마음으로 진실의 힘 후원을 시작했을까요. 시현의 엄마이자, 기후대응 NGO 푸른아시아 활동가로 일한 이해림 님을 만났습니다. 이해림 님은 올해 환경 NGO에서 컨설팅, 교육을 중점에 둔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환경, 노동, 장애, 여성 등 모든 영역에서 미래 세대가 조화롭게 공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밑바탕이 되는 교육에 힘을 싣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시현 이름으로 후원회원을 시작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친환경’이 무엇인지, ‘저탄소 습관’이 무엇인지 배워가는 것처럼 제도적, 사회적 폭력이 무엇이며, 시민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이해림

최근까지 기후대응을 하는 NGO인 ‘푸른아시아’에서 일하셨지요. 푸른아시아 활동비전처럼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지 못해서 2020년에 일어난 생태, 환경적으로 괴로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졌던 기후위기를 어떻게 보셨나요.

예전에는 시민들이 환경, 기후변화 문제를 정부 차원 혹은 거대한 집단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만 인식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상황에 폭염, 폭설 등의 극심한 기후변화가 겹치면서 나의 삶에 직격탄을 던지니, 이제는 정말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고,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어요. 하지만 그 생각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어요. 큰 위기를 경험했으니 다들 어느 정도는 행동하겠다고 예상했지만 아니더라고요. 그걸 바꾸려면 학교 기초교육에 기후변화 관련한 내용이 들어가야 해요. 사실 가장 큰 단위이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정부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말도 안 되는 목표들만 설정하고 있어서 슬펐어요. 한 아이의 부모가 된 후에는 미래에 내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상상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너무나 속상해지더라고요.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환경 이슈는 ‘환경’만의 것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아닌 다음 세대의 문제라고 미뤄둔 것처럼요. 그런데 이제는 환경, 기후위기가 곧 지금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문제로 인식한 것 같습니다.

일단 30대인 제가 어렸을 때의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부터 어렵잖아요. 다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 우리는 더한 최악의 경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겠죠. 단순히 ‘환경을 위해 분리수거 하자’는 구호 이상으로, 좀 더 극단적인 차원의 개인 행동이 필요해요. 제가 지금은 푸른아시아를 떠나 사회적기업에서 일하고 있는데, 기업 차원에서 젠더와 환경이슈를 다뤄요. 회사가 나서니 직원들도 그 문제를 인지하고 행동하려고 하는데, 여전히 ‘환경 관련 내용은 너무 어렵다’고 말하는 거예요.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일했던 제 입장에서는 ‘그게 왜 어렵지?’라는 생각이 들죠.

예를 들자면,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간식을 무제한 제공해요. 휴게실에 간식과 음료가 상시 비치되어 있죠. 여기서 생수, 음료는 다 일회용 플라스틱 페트병이에요. 그런데 직원들은 아무렇지 않게 하루에 두세 개씩의 페트병을 써요. 그렇게 나오는 페트병들이 엄청나죠. 말로는 ‘환경을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도 행동은 그렇지 않아요. 이번에 사옥을 옮기면서 제가 바꾸고 싶은 것이 플라스틱 페트병에 든 생수와 음료는 회사 차원에서 구입하지 않는 것이에요. 직원들이 각자 머그 컵을 쓰고, 관리하는 최소한의 행동부터 시작하자는 거예요. 우선은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직원들끼리 작은 모임을 가지면서 해보려고요.

일상에서 쉽게 실천 가능한 행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단 소비 자체를 줄이고,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들도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갈 수 있도록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공유하는 삶의 확산이죠. 사실 우리 생활에서 생필품 외에는 필요한 물건은 크게 없어요. 사계절 합쳐서 옷이 10벌밖에 되지 않는 미니멀리스트도 있는 걸요.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새 물건을 사기 전에 한두 번만 더 생각해서 소비를 줄이는 거예요. 계속해서 확산되어서 모두가 소비를 줄이고 정말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는 서로 공유하는 거예요. 이미 카페에서 텀블러를 공유해서 사용하는 곳도 있고(카페에서 일회용품 컵은 제공하지 않고 개인컵 없이 방문한 사람에게는 텀블러를 빌려주는 시스템), 옷을 쉐어하기도 하고요. 그런 활동을 확산하면 좋겠어요.

제 아이가 태어나면서 미래세대가 살아갈 환경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어요. 일회용품을 쓰는 등 내가 하는 탄소배출을 나름의 기준을 정하고 비용으로 환산해서 저축하고 있어요. 탄소기금이라고 하는데요. 기업에서도 탄소기금 조성을 하면 확장성이 더 커지겠지만, 우선은 개인이 내가 배출한 탄소만큼의 책임을 지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죠. 푸른아시아에서 ‘탄소저금통’ 활동이라고 개인에게 생산 활동 중 배출하는 탄소만큼 돈을 저금통에 모아 달라고 캠페인을 연 적이 있어요. 저금통 회수율은 낮았지만, 회수율과 상관없이 미래세대를 위해 책임지는 새로운 활동이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목적을 뒀어요.

미래세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데에는 아이의 영향이 큰가요?

맞아요. 푸른아시아 활동은 2011년부터 했고, 아이는 2018년에 태어났거든요. 그전까지는 해외 현장을 찾아가서 그 곳의 환경과 주민 변화를 지켜보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니까 머나먼 지역의 이야기가 아닌, 나 그리고 내 아이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슬프고 속상하더라고요. 코로나 이전에도 사계절 내내 미세먼지가 심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적이 없어요. 아이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지 않아요. 마스크를 써야만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고 인식한 거죠. 2000년대 이후 아이들은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이에요. 80년대생인 제가 어렸을 때와는 정말 다르죠.

이해림 님도 진실의 힘을 오래 후원하고 계셨는데, 작년부터 아들 김시현 님도 추가 후원을 시작하셨어요. 네 살 김시현 님은 진실의 힘의 최연소 후원회원이십니다:) 해림 님이 시민단체 활동을 오래 하셨기에, 다른 단체 후원을 결정할 때 좀 더 꼼꼼하게 따져봤을 것 같습니다. 후원단체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는 후원단체를 결정할 때 그 단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그 결과가 아닌 과정이 어떠한지를 집중적으로 봐요. ‘한 달에 1만 원이면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습니다’ 같은 캠페인 후원 광고는 믿지 않아요. 저는 제 돈이 누구에게, 어떻게 쓰이는지 크게 상관없어요. 꼭 피해자에게 직접 지원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에요. 어떤 활동이든, 사람이 직접 하기에 그에 따른 비용, 간접비가 많이 들어요. 저도 NGO에서 행정을 해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저는 제 돈이 어떻게 쓰이는가 대신에 실제로 어떤 활동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느냐를 봐요. 그리고 성과보다는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중요해요. 예전에는 이름만 말하면 다 아는 단체에 후원했는데, 이직을 하면서 월급이 줄어들다 보니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후원할 것인지 더욱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얼마나 ‘진심’을 다해서 활동하느냐를 생각해요. 물론 진심이라는 게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최대한 눈으로 드러나는 것을 살펴서 선택해요.

내 후원금이 무조건 피해자에게 직접 쓰여야 한다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봐요. 모든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필요해요. 정부나 기업의 사업도 마찬가지예요. 개인이 후원하는 1만 원이 피해자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이 붙어서 일을 해야 하고, 그 인건비도 고려해야 해요. 해외에서는 ‘왜 활동가에게 돈을 주느냐’ 같은 목소리가 없어요. 어떤 공익활동이든 당연히 활동가 인건비를 고려하죠.

진실의 힘의 설립자들의 조작간첩 사건은 네 살 시현이에게 낯선 이야기입니다. 나중에 시현이가 성장한 후 진실의 힘을 어떻게 설명하고 싶은가요.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는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꾸준히 했어요. 보통 부모들이 아이에게 음악, 피아노, 태권도 등을 가르쳐주면서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갈 수 있도록 가이드 하잖아요. 저는 그런 것에 관심 없어요. 아이가 어떤 삶을, 어떤 가치관을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해요. 음악이나 기술은 그냥 필요할 때 배우면 되어요. 가치관 형성은 ‘엄마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으니 그것을 알도록 해’가 아니라, 그 문제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아픈 아이들을 위한 단체, 환경, 장애인, 그리고 인권단체를 꼽았어요. 특히 인권은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이지만, 꼭 알아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시현이 이름으로 후원해요. 사회적 제도적 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진실의 힘 활동이 아직 저나 아이에게 어려운 개념이지만 차차 배워가겠다는 마음으로 후원해요.

잠시 제 어릴 때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다닌 고등학교에서는 12개 반을 숫자로 부르지 않고 한자 이름을 붙였어요. ‘정, 숙, 명, 인, 덕, 진, 천, 미, 신, 의, 예, 지’ 처음에는 왜 어렵고 복잡하게 한자를 붙였나 했는데 하나하나 뜻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제가 인, 의, 예, 지라는 말뜻을 좋아하게 됐어요. 어질 인, 의로울 의, 예의 예, 지혜 지. 저도 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내 한 몸을 희생하는 순교자 같은 삶은 어렵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마음만은 품고 살려고 해요. 아이도 그렇게 자랐으면 좋겠고요. 그런 의미에서 조작간첩 피해자도 비슷하게 다가와요. 그 사건을 정확히 모르지만 이 사회에서 절대 잊혀선 안 되는 존재라는 생각이요. 아이에게는 ‘잊지 않아야 하는 어떤 것’으로 설명해주려고요. 그때의 국가폭력은 인간이 인간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었잖아요. 저는 그 사건들을 성인이 되고서야 알았는데, 왜 일찍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 않았는지 참 속상했어요. 내 아이만큼은 어릴 때부터 그 존재들을 알 수 있게, 기억할 수 있게 잘 설명해주려고요.

진실의 힘이 미래 세대를 위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교육이 가장 중요해요. 80년대생인 저는 주입식 국영수 교육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때 수학 성적이 좋았다고 한들 지금의 저는 회사에서 세금 계산서 정리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려요. (웃음) 내가 미적분을 잘한들 이 사회에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생각도 하고요. 푸른아시아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연대 활동을 많이 했는데, 제 활동의 큰 카테고리는 기후변화이지만, 사실은 노동, 종교, 환경, 여성, 인권, 동물권 등 다양한 영역을 품고 있어요. 모두 다른 분야로 보이지만 결국엔 기후변화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한 목소리를 내는 거죠. 다른 영역도 비슷할 거예요. 어떤 영역이든 모든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로 집중되고 있어요. 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공교육이 더 변화해야 하고요. 그러려면 성인이 되어서 문제를 인식하는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해요. 그게 바로 교육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