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맘풀이 02 < 임봉택> 선생님
●2011년 1월 25일(화) 오후7시
●진행 문요한
임봉택 선생은 개야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어부로, 친구 박춘환으로부터 “간첩이 준 책을 전해 받았다는 혐의”로 1972년 1월 군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수십일에 걸친 불법 고문수사를 당한 끝에 친구 박춘환이 국가기밀을 탐지하고 북한을 찬양, 고무하였다는 내용의 허위진술을 한 후 찬양고무 행위에 대한 불고지죄로 기소되었다. 징역 8월을 선고받았으나 실제 1년 가량 복역했다.
아버지 말만 나오면 아, 맘이 울컥하고…
개, 돼지 새끼도 그런 잔인한 짓은 못할 정도로 고문을…
빨리 벗으라구 그러더라구요. 내가 옷을 안 벗을려구 뻗댔더니 막 두들겨 패고 홀딱 벗기는 거여. 그때 겨울이라 내복을 입었는데 내복이 한쪽이 막 거시기가 안 빠지는 거여. 손이 부서(부어)갖고, 어거지로 뺀께, 안 빠진께 칼 갖다가 모가지를 한쪽을 찢어갖고 내복을 벗었어요. 무르팍 꼬부려서 허벅지 밑에 파이프 넣고, 손 양짝 발 앞으로 묶고, 파이프를 반짝 들어버리니 머리는 무거우니까 사람이 이렇게 그냥 빨개벗겨서 통닭구이식으로, 무거우니까... 그 놈을 책상 두개 놓고 파이프를 대 놓고, 거꾸로 발은 천장에 올라, 머리는 거꾸로 세워졌지요. 옆에 도라무깡 반절 잘린 게 있더라구요. 나를 갖고 내 머리를 도라무깡안에 넣어버려. 맞아갖고 탱탱 부슨(부은) 몸을 거꾸로. 어슥버슥한 찬물을 어디서 갖고 왔는가, 물 한 바가지씩 쭉쭉 찌끄리면 말이여, 방망이로 몇 대 맞고 말지. 하아 몸에다 물 한 바가지식 찌끄리면 막 벼락 불이 번쩍 하는 것 같어. 아~ 씨 말로는 어떻게 표현을 못혀요. 느닷없이 쭉 찌끄리면 사람 죽어요. 죽어. 안되면 거꾸로 달아매놓고 발을 때리면 느닷없이 눈에서 벼락불이 번떡번떡 날 때가 있더라구요. 그게, 뚜드려 패갖고 도저히 안되니까 나중에는 그 놈을 거꾸로 달아매놓더니 “진짜로 책을 안 내놓으냐? 몰르냐?” “모릅니다. 알면 그걸 안 내놓겠습니까?” “이 새끼야 명록이가 와서 너 줬다 했잖아. 이 자식아.”그러더니 지덜끼리 한참 뭐라고 해쌌더니, 찐득찐득한 수건을 얼굴에 뒤집어씌우더라구. 물을 갖다 콧구녁에다가 붓는 것이여. 콧구녁에 물이 안 들어갈려고, 숨이 한도가 있지. 그래 가지고 그 놈을 숨을 마실려니까, 수건이 딱 달라붙어. 공기가 안 들어올뿐 아니라 같이 물이 들어오더라구. 금방 죽게 생기니까 “야 안 내놔. 너 죽어.” 근데 나는 다만 알아야 내놓고 얘길하지. 그러고 있는 순간에는 진짜 ‘내가 그 책을 좀 받아봤으면, 이북 책을 내가 받어봤으명 얼매나 좋을까!’ 이런 생각뿐이지. 책을 안 내 놓을 수가, 인간이라면 그런 고문 속에서 내가 책을 갖고 있으면 안 내 놓을 수가 없어. 사람이 그런 고통 속에서 어떻게 안 내놓겠어. 다만 그런 비슷한 책이라도 있었으면 얘기라도 하면 좋은디, 뭘 알아야 내놓고 가졌다고 얘길하지. 미칠 일이지 미칠이지. 참말로 ~.
인간이 아니라니까…
결과적으로 허다허다 안되고, 거꾸로 달아놓은 상태로 그냥 놔 두는 거야. 그냥 좀 한참 있더니 지덜끼니 뭐라고 지랄을 해 쌌더니, 그러드만, 무엇을 어따 묶어라 어따 묶어라 해쌌고, 근디 보니까 뭔 선을 갖다가 발꾸락에 묶어쌌고, 라디오처럼 생긴 것도 갖고 놓고, 그것이 전기고문 지금 생각하믄 거시기여. 어떤 후레아들놈은 그러더라니까. “이새끼, 좆에다 묶어버려.” 어떤 놈이 “아, 안돼 안돼~” 지덜끼리 그러더라구. 그러더니 나중에 발꾸락에다 실 같은 걸 감는 것 같이 그래싸. “책 안 내놓으냐?” “모릅니다.” 근디 물을 쭉쭉 두어바가지 찌끄려. “너 책 안내놓으면 죽어. 내 놓을라냐?” 뭔가가 몸에 닿는 순간, 이것은 말로 어떻게 할라나. 온몸이 뭐 막 흔들리는 것 같고, 막 쑤시는 것 같고 그러다가 꼬빡하고 말았는디, 내가 얼마나 있다 정신을 차렸는지 몰르는디, 몸이 이상한디 눈이 떠지는데, 몸이 거꾸로 매달려있더라구. ‘내가 왜 이렇게 거꾸로 매달려있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 내가 지금 고문받고 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 그런디 도저히 매져있는 상태에서 몸을 움직여볼래도 말을 안 듣고, 움직일 힘이 없더라구.
옷 입혀놓고 이렇게 있는디, 옷 벗으라구 막 “야 이새끼야, 빨리 못 벗어? 너는 오늘 죽어.” 그래 갖고 막 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거야. 어쩌? 딱 벗었어. 빤스만 입었지. “빤쓰 벗어, 이 개새끼야.” 빤스까지 홀딱 벳기는 거야. 벳겨놓고는 무르팍 딱 꼬부리게 해 갖고 파이프를 다리 사이에 넣어놓고, 수건으로 발축하고 손목허구 묶어논께, 그렇게 앉혀놓고는 세멘바닥에 무르팍 해갖고, 파이프로 그 묵중한 놈들이 밟읍디다. 이러키, 파이프가 세멘에 닿아갖고 견디겠습니까? 딱 밟기만 하면 되지. 그 놈들 짓이기는 거여. 사람새끼 같으면.. 하아 인간이 아니라니까. 고문시키는 새끼들은... 사람이 사람 같지가 않고, 개, 돼지 새끼도 그런 잔인한 짓은 못할 정도로...그렇게 고문을 한다니까요.
누구 말 듣고 물을 먹었냐?
세상에 앞정강이가 다 까져갖고 피가 벌건허게 있어도 짓이겨 대다가. 내가 부대끼다 부대끼다 어떻게 기절을 했던기벼. 그래 갖고 얼마나 있었는데. 내가 정신을 차려봉께, 타올같이 생긴 걸 뒤집어 씌워놓고 의자 밑에 이러고 있더라구, 몸이 말도 아니여. 일어나지 못하겠어. 안 아픈디가 없고 도저히 ~.. 목이 말러 금방 죽갔데. 첫째는 목이 말러. 물을 먹어야 쓰겄는디. 저 구석지 보니까 이런 바께스가 하나 있더라고. 내 그 전에 자주 거 보니까, 그 자식들이 바닥 청소할 때 하는 물 들여온 거, 거 있어. 그래 어쩌케 저 물을 가서 좀 먹었으면 쓰겄는데. 삭신 아픈 것보다 물을 먹어야 사는 거다. 벌떡 일어나서 얼릉 가서 바께쓰에다 대갈박을 쳐박았어. 꿀떡꿀떡 먹었지. 먹고 나니까 들켜갖고 후레아들놈의 자식들이 세상에 머리채를 잡고 어휴 ~ 누구 말 듣고 물을 먹었냐? 그거야. 머리끄댕이 잡고 물 속에다 담갔다 금방 죽게 생겼으면 빼고, “자, 원없이 쳐 먹어라!!” 담갔다 뺐다, 담갔다 뺐다 막 머리채 잡고 흔들고 지랄을 해갖고, 그 후로 고개가 아파서 마음대로 못 움직였거든요.
배불리 한번 먹어봤으면...
그래 가지고 며칠 있다 날 짚차에 싣더니 군산경찰서 유치장에 집어넣네. 조그만 독방에 밀어 넣데. 무려 19일간을 거기다 가둬놓고서, 하두 답답해갖고 오줌이 마려워도, 배고파도 물 한 모금 ... 밥 배달하는 아줌마가 오는데 도시락을 넣어주는데, 하도 배고파서 물 한 모금 먹으면 또 오줌이 마렵네. 오줌이 마려우면 화장실을 보내줘야지. 그냥 금방 싸겠다고 해도 “야! 이 새끼야. 금방 점심 먹어!” 해쌌고 “철장타기 하고 있어. 올라가 있어!” 원숭이 멩키 잡고 있으면, 놓치면 뒈지는데 오줌, 똥이 생각이 나겠습니까? 배고파서 금방 죽겄는 데도, 물 한 모금을 더 못 먹는거여. 배식하는 아줌마가 불쌍한가, “누룽지 좀 깔렸는 거 좀 더 드릴까요?” 그래 쌌더라고. 조금 더 먹고 싶은데 물도 오줌 매릴까봐 못 먹고. ... 하아 발은 시렵지. 담요떼기 석장 줬는디 그것은 무슨 마대 곡식 넣는 거 푸대처럼 생긴거여. 그건 담요가 아니라니까.. 그거라도 깔고 앉았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건 옆에 딱 개놓고 나무판자에 정자세로 그냥 앉아있으라는 거여. 양말 빼갔지. 혁디 빼갔지. 발이 시려서 금방 죽네. 이짝 다리 올렸다, 저짝 다리 올렸다, 스물 몇 살 먹은 놈이 옛날 밴또 노란 밴또에다 탱탱 불은 보리밥 새끼, 얄궂은 데다 간지롱이 깔아놓고, 무시가닥 세 가닥 아니면 네 가닥 들었어. 거 짱아찌, 소금물에 담갔던거. 하아 그것 허고 하루에 그거 세개를 얻어먹고 앉았으니 이 배가 얼매나 고프겄어. 배가 많이 고프면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거야. ‘하얀 쌀밥에다가 돼지고기. 그것 한 번 벅어봤으면, 그것 좀 한 번 먹어봤으면 원이 없겠다.’ 진짜 어머니 생각도 없어. 배고프면 아무 생각이 안 난다니까. 배불리 한 번 먹어봤으면~ . 옆이서 면회 와 갖고 먹을 것을 안고 들어가면, 빵 이따만한 걸 들고 들어가면, 금방 미치겄어. ‘야 ~ 하나만 얻어먹어봤으면 저빵을 ~’
검사, “그럼 우리 한글 알겠네.”
그 이튿날 또 불려갔는디, 이참엔 명록이랑 춘환이는 안 보이는디 나만 혼자 갔지. 아 참, 대기하고 있는디 형사 두 놈이 왔어. “임봉택이 너 뒈질려고 환장했냐? 뒈져, 이 새끼야, 건방진 놈! 들었나 안 들었나 확실허게 혀. 니 신세 알아서 혀!” 함시롱 겁 주더라고.
검사가 또 물어 보는디 죽어도 안 들었다했어. 하다하다 안 됭께, 그 검사 놈이 하는 얘기가 “너 학교 어디 나왔나?” “개야도 국민학교 나왔습니다.” “그럼 우리 한글 알겠네.” “네” 그러더니 이따만한 책을 막 넘겨쌌더라고 “봐봐, 이 자식아. 불고지죄라 하는 것은 이북에 대해서 박춘환이 한테 들은 이야기를 한 가지가 되든, 열 가지가 되든, 불고지죄는 불고지죄야. 그러니까 다 들었다고 해도 그렇고 세 가지 들었다 하나, 열 가지 들었다 해도 불고지죄는 불고지죄라” 이거야. 검사가 검찰총장까지 해 먹고 그만 둔 이여. 김기춘이라고. 그런디 내가 그래도 난 죽어도 안 들었다 했지. 검사한테... 그래도 다 기소혀불더라고.
검찰이고 뭐고 판사들 재판하는 것이 우리한테 무슨 발언권이라도 하나 줘야지. 뭐 어쩠다 얘길 허지. 예, 아니오로만 대답을 허라 이러여. 예 ,아니요. 그래서 물어보면 아닙니다. 아닙니다 계속 무조건 뻐겨나간거여. 재판정에 가서는 아니라고 계속 한 거지. 그래도 개뿔! 결과적으로 재판 딱 몇 번, 세번 네번 했나?
판사님! 내가 뭔 죄가 있어서 징역을 살아야 합니까!
하이구, 재판 날짜만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거지, 인자. 재판날 서로 잘 가라고 인사를 하고 참 그러면서 나왔는데, 하아 나왔더니 징역 8월을 찍네. 하~ 아이고 내가 미쳐 죽어. 뛰다 죽겄어. 그 자리서 내가 “판사님 ! 내가 뭔 죄가 있어서 징역을 삽니까? 내가 뭔 죄가 있어서 징역을 살아야합니까?” 그랬더니 간수 새끼들이 우루루 쫓아오더니 막 양짝 다리들고 대그빡 들고 막 질질 끌고 나가는 거여. 아이그 우리 식구들이 재판정에 와서 다 구경을 왔는디, 서울 마포누나까지 와서 그 끌려가는 것 보고, 아 울고 불고, 아이고 육시럴 ~.
징역 8월 받고 항소를 했지. 이감을 간다는 거여요. 광주로 간대. 새벽 일찍이 부르더라구, 나갔더니 박춘환이는 와 있고 명록이도 와있어. 광주 간다고 새벽에 쇠고랑 차고 포승줄에 묶어갖고 공범이라고 셋을 쭉 엮어가고 열차에 태우는디, 참말로 익산서 내려가지고 서울서 내려온 광주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디 참,. 아, 이 묶여 있는 거를 아는 사람이 보믄 어찌게 되겠습니까. 고개 푹 쳐박고 세 명이 묶여 있으니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안 쳐다보겠습니까! 거 무슨 큰 살인죄라도 하는 줄 알거 아닙니까! 줄줄이 엮어서 쭈그러 앉아 있으니 아이고... 허 참.. 열차 타갖고 송정리서 내리는데 거기서, 허이, 그렇게 해갖고 버스를 타자는 거야. 인자 막 사정을 해 거여. 그렇게 묶어갖고. 사람 꼴을 해갖고 사람 속을 갑니까? 환장하지! 사정을 했지. 사람이 돼 가지고 어떻게 이렇게 갑니까? 우리 군산 있을 때 영치금 남았잖습니까. 죽어도 안 된다고 넘어지더니 허. 그러더니 어치케 뭔 맘 먹었는지 택시를 잡아주대. 그거 타고 광주교도소로 간겨.
아버지가 왜 죽었대요. 어디, 어치케 죽었대요.
그러더니 어느 날은 내보내더라고. 명록이하고 나하고. 무조건 출소장인가 하나 써주고는 밤에 나가라고 하는 거여. 나와서 둘이 두부 사서 막걸리 한 사발씩 떠붓고 광주경찰서 찾아갔어. 우리 하루 저녁 자고 나가겠다 함서 출소증을 보여줬어. 자고 이튿날 열시나 됐나 정보과 형사 하나 오고 명록이 어머니하고 우리 어머니 왔더라고. 참, 우리 어머니가 나를 잡고 명록 어머니가 나를 잡고 아, 참. 자식들 얼굴을… 대성통곡을 하더라고. 자식들 얼굴을 얼매만에 보는 것이여 부모들은. 비쩍 말라서 머리는 쑥크렁하고 형편없지. 버스를 타면서 어머니가 울어싸면서 그러더라고. 니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죽었다. 가슴이 전기가 팍 나더구만. 아버지가 왜 죽었대요. 어디, 어치케 죽었대요. 하악, 뛰다 죽겄더만. 눈물 뿐이지. 차를 타고 오는데 참 어이가 없고, 어떻게, 세상에, 이 새끼들이... 어쩐지 내가 재판받을 때 보면 우리 식구들 왔나 둘레둘레 쳐다봐도 우리 아버지는 한 번도 안 보이더라고. 누구한테 물어볼 수가 있어야지. 그런데 돌아가셔서 안 나왔던 거여.
고향이라고 개야도 들어가 봤더니 마루에 아버지 제청만 하나 모셔놓고 어머니 다리 뻗고 울어쌓고 봉택이는 살아왔는디 당신은 뭣 때문에 죽었냐고. 하! 진짜 분통이 터지더라고. 하!
자다가도 울컥하니 눈물이 나와 그렇다고 누가 억울하게 징역 살고 나왔다고 인정을 해주는가. 개야도에 있으니까 더 불안하더라고. 누가 자꾸 쳐다보는 것 같고 어떻게 그랬냐고 붙들고 물어보는 놈 하나 없고 어쩌다 지나다가 욕 봤다, 지나다가 어쩔 수 없이 대꾸하는 거지. 누가 상대를 안하더라고. 동상 집도 내가 볼 때 다 싫어하는 것 같고 내가 옛날에 한참 배타고 나갈 적에 바다에서 생선이라도 한 마리라도 잡아갖고 가면 큰어머니나 사촌들이나 다 좋다고 술 한 잔 먹고 했는데 그 사람들이 다 냉랭해지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우리 어머니 돈 하나 못구해서 우리 어머니 이집저집 돌아다니고 했다는 얘기 듣고는 불쌍한 우리 어머니.... 남편 죽고 젊어서 혼자되고. 내가 광주에서 4개월 정도 있는데, 글자라고는 아자 어자도 모르는 디도 광주교도소까지 8번을 왔다는 거야. 여관비를 아끼겠다고 고구마 장사 들어간 그런디서 자고 포장마차 연탄불 꺼진 데서 자고. 그래도 그 놈들이 면회를 안시켜줬다는 거여. 아, 왜 그랬는지 난 도저히 이해가 안되요. 이제 좀 잘해야겠다 했는데 먹고 살고 빠듯하게 사는 내 생활이 또 그런가. 돌아가시고 나니 더 후회가 돼고. 우리 어머니는 나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해서. 나 때문에 혼자되고 나 하나 때문에 그런 고생을 하셨다는 거이... 생각을 하면 한도 없지요.
이렇게 앉았다가도 아버지 말만 나오면 아, 맘이 울컥하고 저녁에 자다가도 아버지 생각만 하면 아무도 모르게 눈물이 콱콱 흘립니다. 울컥하니 눈물이 나와. 원망스럽고. 오죽했으면 자살하셨을까, 하아. 오죽했으면 자결하셨겠습니까. 요즘에도 그래요. 우리 어머니 생각나면 눈물이 나더라고. 우리 아버지는 나 때문에 돌아가셨지요. 건강하셨고 나 아니면 돌아가실 이유가 없지요. 경찰서에 내가 잽혀들어가고 조사중이다, 조사중이다 하고 있을 때 그러니까 정초, 음력으로 정월 초여드레 날인게, 명절 쉬고 우리 어머니가 내 재판한다고 나오시고 아버지 집에 계시는데 그때 우리 막내하고 둘이 있었대. 그런디 막내가 잠자는 동안에 혼자 계시다가, 소문이 개야도에 봉택이는 반공법으로 징역을 산다드라, 간첩이 돼갖고 징역을 산다드라, 소문이 떠돌았대. 그때부터 밥도 안 드시고 기죽어 계시고 그랬대. 술이나 드시고 밥도 안 드시고 하시다가 어느날 갑자기 목 매 자살을 하셨대. 우리 막내가 자다 일어나 보니 그러고 계시드래.
성격이 아조 변해버렸어. 괜히 신경질 나고 내 성질이.... 지금도 그래요. 마누라가 내 말을 안 듣거나 우기거나 할라치면 나는 그냥 아주 불이야. 아주 소리 지르고 벼락이야. 확 막 치밀어 오르는데 어떡혀? 참는다해도 그게 안 돼더라고. 턱 치고 나오는 게 있어. 그 일 나기 전에는 그리 고약스럽진 않았지.
문요한 선생님 : 임 선생님께서도 아마 고통 속에 나 혼자라고 느끼실 때가 많았고 그때 아마 배를 타고 술 속에서, 어떤 책 속에서 그 고통들을 위안 받고 피할려고 하셨다고 한다면 이제는 우리 진실의힘 속에서 혼자가 아니라 하나라는, 연결돼있는 느낌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이 돼서 좋았습니다. 우리가 처음보다 더 하나라는,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마무리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다 같이 박수치면서 끝낼까요?
*진실의힘 소식지 제4호(2011.2.20.발행)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