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이 저물던 8월의 마지막 목요일, 진실의힘에서 이채훈 선생님의 <ET가 이채훈을 만나면?> 강연이 열렸습니다. 이채훈 선생님의 저서 <ET가 인간을 보면?>과 함께 늦여름 인문학 여행을 떠나 봅니다.
이채훈 선생님은 1984년 12월 문화방송에 입사했습니다. 문화방송 노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한 선생님은 1992년 MBC 50일 파업 과정에서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밤새 노보를 쓰던 청년 이채훈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선생님은 30여년간 문화방송 피디로서 제주 4.3, 보도연맹 등 한국 현대사 속 국가폭력의 참상을 낱낱이 드러내는 다큐멘터리, 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 등 평생의 사랑 음악 다큐멘터리, 고기랩소디 등 사회의 숨겨진 이면을 보여주는 수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사람을 포함한 다양한 존재의 고통과 아픔, 부조리를 다뤄야 하는 작업이 괴로울 때도 있었지만 뿌듯했던 30년, 2012년 MBC 파업 과정에서 해고되었을 때는 지구에서 홀로 쫓겨난 기분이었다고 말합니다.
해고 후 음악과 독서, 글쓰기에 몰두한 삶. 정독도서관이라는 새로운 별로 이사를 합니다. 또, 진실의힘에서 고문생존자 선생님들의 음악여행 가이드로서 고통을 견디는 새로운 힘을 만납니다. 다시 돌아온 지구, <ET가 인간을 보면?>을 통해 ‘함께 생각해보자’고 그 동안 품어왔던 많은 이야기를 건넵니다.
무면허 인문학을 해서 더 자유로울 수 있던 이채훈 선생님은 책 안에서 치열하게 궁금해 합니다. 우리가 ET를 만날 확률은 매우 낮고, 설사 ET가 지구에 오더라도, 영화 ET에서처럼 시시한 어른보다는 아이들을 찾아갈 확률이 높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혹시라도 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ET를 만나게 되면, 우리는 인간을, 또 우리의 역사와 철학을,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사회를- 그리고 ET가 날아온 우주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소개해야겠죠. “내 머리로 생각”해서 소개해보자고- 함께 궁금해 보자고 말하는 이채훈 선생님이 씩 웃습니다.
닭, 개, 돼지, 침팬지와 보노보-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을 들여다보며, <고기랩소디>의 한 장면을 봅니다. 문자 이전의 역사까지도 다룰 수 있는 빅히스토리적 관점으로 인간의 진화를 따라가 봅니다. 영화 <Ao, le dernier Néandertal>에서 동 시대를 살았던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를 만나봅니다. 호기심과 궁금증, 골똘한 생각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우주로. 헨델의 ‘불꽃놀이’를 들으며 빅뱅의 순간을 얘기합니다.
어느새 8월이 지나고, 오랜만에 맞는 바람이 서늘합니다. 이렇게 계절이 바뀌는 것도 자연이, 세상이, 지구와 우주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한 자리에 모여 ‘언어’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서로 나누는 것은 인류가 축적해온 시간과 세월, 또 치열한 고뇌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지구의 전체 역사에서 티끌 만큼 작은 순간, 우주 안에선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의 찰나에 ‘진실의힘’에 모인 우리가 늦여름 밤 나눈 얘기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모여 있는 우리를 본다면, ET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8월 진실의힘 특강, 이채훈 선생님의 <ET가 이채훈을 만나면?> 이 저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