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세월호 특별수사단에게 보내는 글

박수빈 변호사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세월호, 그날의 기록>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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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더는 2014년 4월 16일 그날만을 부르는 말이 아닙니다. 그날부터 오늘까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진상규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사찰하거나, 특별조사위원회의 업무를 방해한 행위들 모두가 모여 유가족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중심으로 한 이 모든 상식 이하의 일들 모두를 세월호 참사라 불러야 마땅합니다. 비극적 사건을 슬퍼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의 입을 틀어막고자 하는 지난 정권의 노력은 범죄라고 불러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실제로 유가족을 사찰을 지시한 기무사 간부들에게 지난 12월 25일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검찰이 세월호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라고 합니다)을 꾸렸습니다. 검찰의 이와 같은 행보는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 그 이전에 과거 수사 결과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먼저 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유가족과 국민이 바라는 것은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라는 매우 단순하고도 간명한 해결입니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을 조사하는 일’은 검찰의 수사라는 돋보기를 들이대는 순간, 범죄로서 처벌이 되는 일인가? 누구를 처벌하면 되는가? 라는 매우 작고도 좁은 채로 걸러져 앙상한 사실만을 건져냅니다. 앞선 세월호 수사에서 검찰이 보여줬던 태도는 바로 이 점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최초 세월호 사건 관계자들을 수사할 당시 검찰의 수사대상은 ‘해경 전체’였습니다. 수사보고서에서 검찰은 피의자를 ‘해양경찰청 본청,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서 등에서 수색, 구조 방재 등 업무에 종사하는 해경’이라고 명시했을 정도니 말입니다(<세월호, 그날의 기록>, 349쪽 참조). 그러나, 실제로 수사를 받고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해경은 123정장 한 사람뿐이었습니다(김문홍은 강등, 김수현은 해임, 김석균은 퇴직하는 등 내부적으로 징계를 받거나 유유히 빠져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구조과정에 대해 비판의 대상이었던 ‘해경’이 제출했던 TRS의 녹취록이 제출 대상에 따라 매번 다르게 제출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리 크게 주목되지 못했습니다(<세월호, 그날의 기록>, 350쪽 참조). TRS는 해경지휘부가 구조세력과 교신하는 주요 수단이므로 당시의 구조현장의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음성자료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지금 특수단이 수사하기로 한 대상과 내용에 관련된 주요사실들은 이미 지난 2014년 검찰 수사당시 관련자들의 진술에서 그 단서들이 드러났던 점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CCTV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언제 CCTV가 꺼진 것인가 하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보고에 “박경남이 CCTV를 보면서 [123정이] 기관부 선원을 먼저 구하러 간다고 투덜거렸다”는 조사내용이 작성된 사실이 있습니다. 그 시간은 9시 34분으로 CCTV가 꺼진 시간으로 검찰이 확정한 시간과 큰 차이가 있는 시점입니다. CCTV는 사건 전후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인 만큼, 그와 관련된 진술이나 제반 사정을 확인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검찰은 선원들을 조사할 때 조타실에서 CCTV를 확인했는지에 관해 묻지 않았습니다(<세월호, 그날의 기록>, 568쪽 참조). 

이번 특수단은 ‘백서’ 수준으로 사건을 총정리하겠다며, 세월호 참사의 원인, 구조 과정에서의 문제점, 정부 대응 등 지휘체계와 수사 외압 의혹 등 전 과정을 들여다보겠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조사대상으로 삼았던 부분들에 대한 기록도 넘겨받는다고 하는데, 1기 특조위보다 조금 앞선 시기부터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수사기록과 재판기록, 감사원 자료 등을 전면적으로 검토했던 <세월호, 그날의 기록>의 지적에 대해서도 주목해주기를 바랍니다(세월호 기록팀은 추후 연구자와 재수사를 할 주체를 위해 친절하게 모든 자료의 출처와 페이지를 미주 처리 하고 있으며, TRS는 녹취록만을 기준으로 분석하지 않고 실제 음성자료를 모두 들으며 분석했습니다). 

이번 특수단의 수사가 기존의 조사 결과나 각 언론이 밝혀낸 사실들의 답습이 아니기를 기대합니다. 부디 혐의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는 소리만 요란한 수사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부디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손전등을 보태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