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

“주민을 개 같은 돈으로 길들이고 있어요. 신재생에너지가 농촌 파괴 정책이 아닐 텐데 농민, 어민 다 죽인 후에 누가 먹여 살릴 건데요? 저 산에 목을 매달아 죽으면 우리 주민의 고통을 알까요?”

지난 3월 4일 전라남도의회에서 열린 ‘풍력 태양광 문제점과 올바른 방향’ 토론회에서 마을에 세워지는 태양광으로 고통받는 한 주민의 울부짖음이었다.

"이게 나라입니까? 민주당을 찍은 내 손가락을 자르고 싶습니다. 돈이 있으면 이 나라를 떠나고 싶습니다. 이 꼴 보자고 지금까지 내가 살았는지 한탄스럽습니다."

초로의 노인이 일어나 피를 토하듯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성토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토론회 이후 어르신을 다시 만났다. 그는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며 내 손을 끌고 갔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바닷가 간척지 10만 평에는 태양광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바로 옆 7만 평 간척지에도 태양광을 공사하고 있었다. 좁은 대한민국 국토를 미국 사막으로 여긴 듯한 풍경이었다. 어르신이 왜 “이게 나라냐?”라고 절규했는지 현장을 보고서야 이해했다.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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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산 꼭대기는 육상 풍력, 논밭과 간척지는 온통 태양광으로 뒤덮였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전남 무안 복길 간척지 60만 평, 영암 삼호읍과 미암면 간척지 500만 평, 나주 60만 평, 완도 약산면 간척지 50만 평 등 간척지마다 태양광으로 뒤덮는 광풍이 불고 있다. 완도 약산면 간척지에서 태양광 비중은 전체 농지의 60%에 해당한다. 전기가 필요한 곳은 도시인데 왜 땅 끝에 태양광을 해야 하나. 전라남도는 대한민국 ‘전기 식민지’로 전락하고 있다. 농토를 잃을 위기에 놓인 농민들이 모여서 전남연대를 결성했다. 이 전남연대는 전국 농민연대로 확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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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경북 군위군 산림의 모습. 태양광 벌레 한 마리가 꿈틀꿈틀 기어오르고 있다. 태양광에 미친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 벌레다. 군 산림의 모습. 태양광 벌레 한 마리가 꿈틀꿈틀 기어오르고 있다. 태양광에 미친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 벌레다.

기후위기 시대가 오면 식량 부족으로 인한 식량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오래전부터 경고되었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1%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전기를 생산한다는 명분으로 전국 농지를 태양광으로 뒤덮고 있다. 이제 쌀이 아니라 전기를 씹어 먹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온 듯하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산림을 훼손하며 세운 산지 태양광이 산사태 등의 문제를 일으키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12월 뒤늦게 산지 태양광 허가 기준을 강화했다. 그러자 업자들은 산지를 떠나 농지로 내려왔다.

그런데 태양광만이 문제가 아니다. 산지 풍력 문제도 심각하다. 경북 영양에는 이미 많은 풍력이 세워져 있는데, 또 다른 풍력발전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전남 순천의 작은 땅에 무려 10곳의 풍력발전 단지를 세우려고 한다. 강원도 영월 김삿갓 계곡에도 풍력 반대 현수막이 가득 붙었다. 또 인천 굴업도와 덕적도에서부터 당진과 태안, 신안, 통영, 여수, 부산 앞바다에 이르기까지 전 해상이 풍력으로 뒤덮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전 국토가 마구 훼손되고 있고, 전 국민이 피울음을 쏟아낸다. 암 환자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암세포부터 제거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오늘 지금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암 환자에게 영양제만 주어 암세포를 더 키우는 꼴이다. 현재 한국의 전기 소비는 산업용 53.8%, 상업용 32.7% 그리고 주택용은 13.5%에 불과하다.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주체는 기업이지만, 공장의 넓은 지붕에서 태양광을 설치한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가까운 일본은 대체에너지 비율이 22%이지만, 한국은 4%에 불과하다. 산업용 전기료가 싸기 때문에 기업들이 돈을 들여 대체에너지를 설치하지 않는다.

세계는 전기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한국은 여전히 전기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성공하려면 지금의 전기소비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 먼저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료를 외국처럼 현실화하여 기업의 전기 절약을 유도하고, 기업과 공장 지붕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산과 바다와 농지를 훼손하는 것은 기업들을 위해 계속 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잘못된 정책에 불과하다. 또 다른 해결책은 전기가 필요한 곳에 전기를 생산한다는 원칙이다. 도심 건축물 지붕과 벽면에 태양광을 설치해야 한다. 한국은 OECD에서 도로 밀도 세계 4위 도로가 많다. 도로 방음벽과 방음터널과 도로변 유휴지, 그리고 전국 철도를 이용해 태양광을 설치한다면, 산과 바다, 농지를 훼손하지 않아도 필요한 전기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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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단지와 물류창고의 넓은 지붕을 활용해도 충분하다. 이케아 광명점도 태양광으로 지붕 전체를 덮었다. 전기가 필요한 도심 도로와 건축물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그린뉴딜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을 파괴하며 녹색뉴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과는 썩은 물로 만드는 국토파괴 범죄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그린뉴딜은 4대강사업보다 더 큰 환경 파괴 재앙에 불과하다. 그나마 강 생태계는 훼손되어도 회복 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러나 산림 생태계는 한번 훼손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그리고 훼손 범위도 4대강사업보다 전국에 걸쳐 더 넓다.

4대강 사업으로 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쫓겨났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에서는 더 많은 농민들이 농토를 잃고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 보통 농촌에서는 다른 사람의 농지를 임대해서 농사짓는 임차농이 약 70%에 이른다. 임차농들은 그동안 평당 1천원의 임대료를 주고 농사를 지어왔다. 그런데 태양광 사업자들이 평당 6천원을 주겠다며 토지주들을 현혹하고 있다. 토지주들이 과연 무엇을 선택할지 뻔한 것 아닐까?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그린뉴딜 정책으로 인해 국토는 파괴되고, 농지가 사라지고, 농민들이 삶터에서 쫓겨날 재앙이 벌어지고 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전 세계는 탈 석탄으로 나아가고 있다. 태양광, 풍력이 환경오염을 적게 발생시키는 에너지원은 맞다. 그러나 그린뉴딜은 방향이 틀렸다. 더 큰 재앙이 벌어지기 전에 멈추고, 전기가 필요한 곳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