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스라엘에서 온 여성 병역거부자 오르(Or)
「전쟁없는세상」 20주년 기념 국제회의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이스라엘 국적의 활동가 오르(Or)씨를 만났다. 모든 성별이 징병되는 이스라엘에서 병역을 거부한 이유와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들었다.
아랍 출신 유대인
저는 아랍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서 예루살렘에서 자랐습니다. 현재도 예루살렘에서 살고 있어요. 모로코, 이집트, 리비아, 이란…등에서 이주한 아랍계 유대인들은 서유럽이나 미국에서 이주해온 유대인들과 달리 이스라엘에서 인종차별과 낮은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갖습니다. 형제는 모두 6명으로 아랍계 유대인이 대가족을 이루는 일은 흔합니다. 우리 가족은 우익 성향입니다. 엄마는 여성도 군복무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분이고(물론 저는 엄마를 무척 사랑합니다) 강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어요.
어린 시절에 2차 인티파다*가 일어났고 식당이나 버스에서 벌어진 폭탄테러를 눈앞에서 목격했습니다. 그때 친구들이 죽는 것을 봤어요. 왜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는지 주변에 물었지만 “아랍인과 유대인은 항상 서로를 싫어한다”는 답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이해가 되는 답을 찾아다녔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사는 지역에 갔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보게 되었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적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에 가야 한다고 태어나면서부터 배웁니다. 하지만 저는 18살에 영장을 받고 징집을 거부했습니다. 군인이 된다면 내 친구들과 가족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감옥에 가야 했습니다. 지금은 ‘NEW FROFILE’이라는 NGO에서 병역을 거부하려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병역거부, 전부를 잃는 일
군대를 가지 않으면 우선 가족들이 말을 걸지 않게 됩니다. 징집을 거부하고 수감된 때 감옥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느데 엄마는 받지 않았습니다. 제 결정에 화가 많이 났기 때문이죠. 사촌들과 이모들도 저에게 오랫동안 말을 걸지 않았고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군에서 보내는 시간은 형편없어도 군대에 가지 않으면 받는 사회적 불이익이 크기 때문에 모두들 입대를 선택합니다. 18살의 삶은 친구와 가족, 사회로부터 절대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병역거부는 전부를 잃는 일이죠. 그래서 그 선택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수감생활 이후, 이스라엘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그리스에 가서 잠시 살았는데 외국에서 사는 이스라엘 사람들도 어김없이 군대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물었습니다. “군대에서 뭘 했는가?”는 지금도 타인에게 기본적으로 묻는 질문입니다. 이스라엘의 페미니즘은 평등을 위해 여성도 남성처럼 군대에 가라고,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전투부대에 복무하라고 얘기합니다. 성별, 종교, 군복무 여부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군에 가지 않은 사람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있습니다.
모든 곳, 모든 나이, 모든 사람
이스라엘에서 사람들은 군대를 가야 한다고 0살 때부터 배우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모든 장소에서, 모든 시간에, 군대에 가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에서부터 군인에게 보내는 카드를 쓰고 선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군인은 우리를 지켜주는 영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학교에는 군인 선생님이 있어서 군복을 입고 총을 가지고 옵니다. 학교에서 군인이 되는 과정도 배우고 군인 선생님이 어느 부대에 가고 싶은지에 따라 시험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16세가 되면 모두 폴란드에 가서 홀로코스트에 대해 배웁니다. 그리고는 군대에 가지 않는다면 제2의 홀로코스트가 생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학생은 1년에 일주일간 군사훈련을 가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훈련소에서 총 쏘는 법, 구호를 외치는 법을 배우고, 나무 주변을 100바퀴 뛰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수학문제의 예시도 군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군인의 숫자를 몇 명씩 몇 그룹으로 나눠야 하는지 계산하는 식이죠. 코스튬을 즐기는 전통 축제에서도 사람들은 섹시하게 변형한 군복을 입습니다. 스카우트는 군입대를 준비하는 전 단계쯤으로 여겨져 빨리 달리기 제식훈련 등을 합니다. 아직 어린아이들일 뿐인데 말이죠. 군인과 군복과 무기가 일상의 모든 곳에 있습니다.
*아랍어로 봉기를 뜻한다. 팔레스타인인의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운동이다.
폭력의 내면화, 일상화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러한 폭력에 늘 노출되어 있는 것은 일상 생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폭력을 가르치고 배우면서 자라는 환경은 개개인의 내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겉모습은 폭력적인데 속마음은 평화로운 사람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주차 자리 한 칸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칼을 찌르는 일이 생기고, 폭력적으로 자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매우 폭력적으로 대하기도 합니다. 시위가 일어나면 경찰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함께 시위대를 폭행하기도 합니다. 폭력적인 해결을 주장하는 것, 또 폭력이 만연한 것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결국 그 주장에 동조하는 것입니다. 침묵으로 폭력에 동조한다면 사회는 건강하게 유지할 수 없습니다.
전쟁, 양쪽에서 친구를 잃다
이번 전쟁은 최악의 경험입니다. 하마스가 저지른 일은 아주 끔찍한 일들입니다. 많은 이스라엘 사람이 하마스에 의해 죽거나 납치당한 사람들과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슬픔과 분노,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휩싸여 있어요. 가자(KAZA)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슬픔과 분노, 복수의 감정에 빠져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양쪽 모두에서 친구를 잃고 있습니다. 점령과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얘기하는 저에게 가족 조차도 ‘배신자’라 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은 외로운 시간을 견디고 있는 중입니다.
두려움은 막을 수 없는 ‘아이언 돔’
당연히 전쟁은 이스라엘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도 힘들게 합니다. 로켓이나 폭탄이 오면 경보가 울리고 대피소로 이동해야 하는데 ‘아이언 돔’이 로켓을 막기는 하지만 떨어지는 로켓의 잔해가 건물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다치게 합니다. 경보가 언제 울릴지,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기 때문에 밖에 나가는 것이 무섭습니다. 이스라엘의 북쪽, 가자지구 주변, 레바논 근처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집을 떠났습니다. 살던 지역을 벗어나기도 하고 나라를 떠난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루살렘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인을 마주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 상점, 건물 관리…등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해고되었습니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매우 화가 나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우울감도 많이 높습니다. 겁을 먹기도 하고, 직장에 가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는 아이언 돔도, 경보도, 대피소도 없습니다.
‘전쟁 중단’은 금지어
전쟁을 멈추라거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고 말하는 유대인이 있다면 끌려가 감옥에 수감됩니다. 정부는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을 감시하고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아내 집으로 찾아옵니다.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때문에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집에서 나온 친구도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기도회를 만들려던 성직자들을 포함해 전쟁 중단과 평화를 얘기하는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멈추라”고 말하는 것이 하마스를 지지하는 테러리스트로 취급당하고 있는 중입니다.
폭력이 부르는 폭력
이스라엘 사람 중 일부는 가자지구를 완전히 없애 버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모두 250만명인데 그들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가자지역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모두 죽이면 다음에 그들은 다른 지역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고 싶어 할 것입니다. 하마스를 말살한다고 해서 다른 무장세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볼 수 없습니다. 폭력을 폭력으로 복수하면 평화로운 끝은 영원히 만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전쟁이 끝난 후에 닥칠 일을 생각해야 합니다. 두개의 지역일지, 하나의 땅일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흐른 뒤 함께 살아야 할 때를 위해 서로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만나서 평화를 위한 대화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