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피해자분들과 국민들이 보시기에는 저희 조사 내용이 부족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실 것으로 짐작되며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6월 9일 사참위는 활동 종료를 앞두고 이렇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특조위는 강제 해산되고, 선조위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내인설과 외력설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결론을 내림으로써 사참위가 마지막 희망이었는데, 그마저 꺾였습니다. 2014년 참사 이후 8년간 이어진 세월호 재난 조사는 이렇게 ‘실패’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도대체 왜, 8년간 3개의 조사위원회가 활동했는데 실패한 것일까요?

참사의 책임이 있는 박근혜 정부에 이어, 참사의 책임을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세월호의 진실은 밝히지 못한 것일까요? <세월호, 우리가 묻지 못한 것 – 재난 조사 실패의 기록>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책입니다.

특조위에선 조사관으로, 선조위와 사참위에선 종합보고서 외부 집필진으로 참여했던 저자 박상은은 <특조위.와 <선조위>의 탄생 배경, 인력 구성과 배치, 조사 방법과 조사 과정, 결론을 내는 과정과 수용 태도 등에 대해 꼼꼼하고 치밀하게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세월호 재난 조사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지나치게 사법적 처벌에 천착한 재난 조사에서 그 원인을 찾습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아니라, 재난조사를 시작한 것은 사법적 원인 규명과 함께 구조적 원인 규명을 분명히 해서 사회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난조사위원회가 세월호 침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것은 누구의 잘못된 판단이었는지에만 집중하면서, 구조적 원인 규명은 사라져 갔습니다.

이 책에선 선조위가 세월호 침몰 원인을 내인설과 외력설 모두를 인정한 이유도 추적합니다. 선체 내부의 위험과 외부 충돌이라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두가지 가설을 모두 인정해서, 사회의 혼란과 갈등만 가중됐는데요, 선조위는 왜 이런 어이없는 결정을 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

2014년 4월 16일, 304분의 안타까운 영혼이 스러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면서 우리는 다짐했습니다. <세월호, 우리가 묻지 못한 것>은 바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준비한 책입니다. 이 책과 함께 그 열망을 다시 세울 수 있길 바랍니다.

김정은(출판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