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8일 목요일, 진실의힘 식구들이 모여 저물어 가는 한 해를 함께 이야기 하는 송년모임이 열렸습니다. 영하 10도를 웃도는 추운 날이었습니다. 개야도 임봉택선생님은 추운 날씨와 거센 파도로 배가 뜨지 않아 참석할 수 없어서 많이 아쉬워하셨지요. 이런 혹한의 날씨 속에서도, 진도와 서산 전국 각지에서 선생님들이 오셨고, 여러 자문위원, 박민수 목사님을 비롯한 은혜공동체 식구들, 후원회원 등 80여명이 진실의힘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여 온기를 나눴습니다.


진도의 채수미선생님이 자그만 알에서부터 시작해서 정성껏 기른 튼튼한 장닭을 다섯 마리 잡아, 온갖 한약재를 넣고 삶아 오셨습니다. 야들야들한 삶은 닭을 진도, 개야도의 맛깔 나는 김치에 싸서 한 입! 진도에서 올라온 아삭이 고추도 참 별미입니다. 채수미 선생님표 된장에 콕 찍어 베어물면, 한 겨울에도 여름냄새가 나는 듯 싱그러움이 가득합니다. 후식으로는 채수미선생님이 송년모임을 위해 손수 만드신 맛있는 한과와 제주도 김평강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감수쾅, 감수쾅, 달콤한 제주 감귤입니다. 이사랑 간사가 모임 전날 구운 수제쿠키도 보이는군요. 두런 두런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먹으니, 안 그래도 맛있는 음식이 더욱더 꿀맛입니다.

참 풍성하지요? 진실의힘 상다리가 휘청휘청 합니다. 

2014년 한 해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던 연 초, 2014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여전히 이 간단한 안부인사 앞에 머뭇거립니다. 매서운 겨울이 지날 때까지, 연둣빛 어린 잎이 돋을 때까지. 우리는 더 자주 만나 인사를 하고, 반가워하며 손을 잡고, 음식을 나누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야지요. 진실의힘에 모인 이들의 눈빛이 반짝입니다. 

특별한 한 해를 보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먼저, 12월 12일 춘천지방법원에서 35년만에 무죄선고를 받으신 김태룡선생님. 삼척 간첩단에 연루된 선생님의 가족 모두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법정에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초로의 딸과 아들이 대리인으로 섰습니다. “무죄를 선고한다”는 판사의 말에, 법정은 그 동안의 세월을 떠올리는 탄식으로,  그리움으로 가득찹니다.  선고 시 부장판사는 “인권보장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사법부의 잘못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일을 당한 점에 대해 사법부의 구성원인 우리 재판부가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이며, 재판부 모두 기립하여 고개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지는 것 같았다고, 김태룡 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선생님과 선생님 가족들이 건강하시길 바라며 축하의 박수를 드립니다.

올해 626유엔고문피해자지원의날 진실의힘은 버마 우윈틴재단에 인권상을 드렸습니다. 군사독재정권 치하의 감옥에서 19년의 수감생활을 하신 선생님은 감옥에서 나오신 뒤에도 '정치범을 한 명도 남김없이 풀어'줄 때까지 파란색 수의를 벗지 않겠다 하셨죠. 비록 선생님은 올해 4월 21일 세상을 떠나셨지만, 선생님의 청청한 뜻은 남은 이들이 이어가고자 합니다. 

버마 NLD(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의 네툰나잉님과 통역으로 수고해주신 성공회대 재학 중인 오카다님이 한 해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인권상 수상 후 버마 우윈틴재단은 Saytanar 클리닉을 설립,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고문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무상 의료서비스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더없이 기쁜 소식에 모인 이들은 마음이 설레고 웃음이 절로 납니다.

지난 7월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버마를 방문하였을 때, 우윈틴 재단에서 진실의힘으로 귀한 선물을 전달해주셨습니다. 아웅산 장군이 버마 독립을 이뤘던 시절 쓰였던 옛날 화폐로 만들어진 우윈틴 선생님의 그림입니다. 우윈틴 선생님의 절개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우윈틴 재단 여러분, 감사합니다. 소중히 간직하고 선생님의 뜻을 늘 기억하겠습니다.

진실의힘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유현미선생님은 올해 10월 24일부터 30일까지 그 동안 그려온 작품을 모아 ‘서 있는 사람들’ 그림전을 열었습니다. 조금 쑥스러워 하시는군요. 29년만에 처음으로 "4대보험 신규가입자"가 된 이사랑 간사는 진실의힘을 만나 얼마나 행복한지 얘기합니다. 올해도 즐거운 에너지를 듬뿍 가지고 참석해주신 은혜공동체를 대표해서 박민수 목사님이 인사를 해주십니다. 

즐거운 송년모임의 풍경, 계속 이어집니다 ^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