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고정간첩단 사건' 무죄판결에 대한 재단법인 진실의힘 성명]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3부. 2017년 6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25호 법정.
“피고인들은 무죄!”
판사의 주문에 맞춰 방청석은 흐느낌과 박수소리가 뒤섞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초의 재심 무죄 판결이다.
1982년 8월, 남영동 대공분실 이근안과 수사관들이 고문해서 간첩단으로 조작하고, 서울지검 공안검사 정형근이 동조해서 간첩으로 기소한 사건. 재판 내내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라 주장했지만 피고인의 울부짖음을 외면한 채 이근안과 정형근의 수사 그대로 판결문을 작성한 사건. 1982년 8월, 신문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이른바 "김제가족고정간첩단 사건"이다. 세 사람이 끌려갔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 세상을 떠났다.피고인 없는 슬픈 재심. 최을호의 아들, 최낙전의 아들이 피고인을 대신해 법정에 섰다.
피고인 최을호는 서대문구치소에서 1985년 10월 31일 사형 집행 당했다. 그는 사형장에 끌려가면서 “나는 간첩이 아니다”고 울부짖었다.
최낙교는 이근안에게 40일 동안 고문을 당한 뒤 서대문구치소로 옮겨졌고, 곧바로 공안검사로 이름을 날리던 정형근 서울지검 검사의 조사를 받던 기간 중, 구치소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검찰은 자살이라 발표했지만, 가족들은 그 죽음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피고인 최낙전은 9년 감옥살이 끝에 석방되었으나 석방된 지 4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의 보안관찰에 의한 감시가 그를 옥죄었다.
이들의 죽음은 당시 경찰과 검찰이 어떻게 서로 동조하고 묵인하면서 평범한 일가족을 간첩으로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판사와 검사 등 법률기술자들이 법에 무지한 평범한 시민들을 어떻게 사지로 떠밀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공모로 인해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아버지였고, 남편이었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어린 자녀들과 부인들은 ‘간첩’이라는 차가운 외면과 따돌림 속에서 피눈물로 살아와야 했다.
35년 만에 무죄로 밝혀진 “김제가족간첩단 사건.” 법원은 오늘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우리는 이를 환영하며, 아울러, 그것이 진심임을 입증하는 길은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은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형식적인 항소, 상고로 일관, 무죄판결을 지연시켜 왔다. 정의의 지연은 그 자체로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가중시켰다. 검찰의 태도는 곧바로 국가가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초의 재심 판결에서 검찰의 태도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재심판결에서 다수의 피해자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고문조작에 개입한 수사관, 검사 등 그 어느 한 사람 처벌받은 일이 없는 현실을 주목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가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새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