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힘이 정동 성공회성당 옆 나지막한 팔각형 건물에 새롭게 자리 잡았습니다.

1987년 6월 항쟁의 진원지에서 10주년을 맞는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쩌면 시대적 한계로 미완에 그쳤던 역사적 정의가, 잊혔던 조작간첩 피해자들이 상처입은 치유자로 거듭나 또다른 고통받는 인간들을 감싸 안으며 실현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원서동 사무실을 기억하는 후원회원이라면 아쉬움도 있을 겁니다. 비원까지 내려다보이던 창덕궁의 원경, 특히 겨울이면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창덕궁의 하얀 지붕을 좋아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대신 이제는 대성당의 성스러운 주황색 지붕과 정갈한 정원, 그리고 덕수궁이 그에 못지않은 경관입니다.  

새 사무실에서 가장 빛나는 공간은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큰 테이블입니다. 햇볕이 잘 들고, 매일 정오와 저녁 6시에 은은한 종소리가 들리는 창가입니다. 후원회원님들을 위해, 어떤 공간보다도 마음을 쏟아 설계하고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후원회원님들을 모시고 집들이를 하지 못해 무척 아쉽습니다. 비록 한꺼번에 모시지는 못하지만 한두 분씩 방문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고 환영합니다. 차 한잔하며 잠시 쉴 수도 있고, 잠깐 급한 일을 처리할 수도 있는 공간도 마련해 두었으니 언제든지, 시간 여유 있을 때 또는 시내 나오시는 길에 잠시 들리셔도 좋습니다. 후원회원님들의 반가운 얼굴을 뵐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진실의 힘은 그동안 해오던 사업을 계속하는 한편 하반기에 새로운 사업을 몇 가지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진행한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 실태 조사에 이어 안기부 고문 실태와 1980년 강원도 사북항쟁 고문 실태를 조사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여러 취약점을 개선하고, 사태에 대처 과정에서 나타난 위험 징후들, 예컨대 전자 감시기술이 일상에서 남용되지 않도록 막는 일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진실의 힘의 취지에 맞는 인권활동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형제복지원을 비롯한 사회복지시설의 강제수용과 인권유린의 진상을 조사하는 문제는 여전히 큰 숙제입니다. 20대 국회에서 과거사법을 개정하든, 21대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피해자들의 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연대해 나가겠습니다.

고민도 있습니다. 진실의 힘 인권상 수상자 선정과 시상식 문제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상자 추천도 들어오지 않고 또 수상자를 선정한다고 해도 시상식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심사위원님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10년을 맞는 진실의 힘에 후원회원님의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어떤 의견이나 제안도 좋으니 언제든지, 주저하지 마시고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