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설렘'

김성일 후원회원
ⓒ장성하

지난 12월 16일, 퇴근 후 안국역으로 향하는 걸음은 설렘이 섞인 미안함의 감정으로 경직되어 있었어요. 진실의 힘 회원이 된 지 10년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10주년 기념 송년모임에 함께 해 달라는 간사님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서 가는 자리였습니다.

10년이라는 기간과 초대요청에 화들짝 놀란 이유는 회원으로서의 관심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제 게으름과 무관심에서 나오는 당연한 감정이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매번 메일을 받고 제목만 쓱 훑어보는 정도였던 제가 국가폭력에 의해 고통을 당하신 분들의 치유를 위한 '진실의 힘' 활동을 힘겹게 뚜벅뚜벅해 오신 분들 앞에 10년 회원이라는 자격으로 갑자기 떡 하니 방문해서 인사를 드린다는 게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었지요.

근처에 도착해서도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어둑해진 창경궁 담벼락을 따라 한참을 배회하다 무거운 마음으로 계단을 올라 '진실의 힘'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는 선생님들과 간사님들에게 쑥스러운 웃음으로 인사를 드리고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했어요.

매달 정성 어린 후원회원들에 대한 문자를 받고 메일을 받으면서도 한 번도 못 찾았다는 게 더 아프게 다가오는 날이었답니다.

따뜻함이 물씬 배어 나오는 회원님들이 차려주신 치유밥상을 맛있게 먹으면서 다른 회원님들과 선생님들 속에 자리 내어 앉고 나니 진실의 힘 사무실 풍경이 온전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10년 회원을 호명하는 자리에서 부끄럽지만 '앞으로 회원으로서 보다 열심히 관심 갖고 찾아오겠다'는 다짐을 회원분들과 활동가분들 앞에 공개적으로 다짐하는 시간이 있었기에 그나마 그 미안함을 덜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국가폭력의 피해자로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이 사회 곳곳에서 억눌리고 짓밟혀 피 울음 흘리는 곳에 다가가 손을 내밀고 진실을 알리는 데 함께 애써 주시는 선생님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접하면서 일상에서 안위를 찾아 쪼그라져 가기만 했던 저 자신에게 회초리처럼 다가오는 시간이 되기도 했답니다.

오랫동안 진실의 힘 상임이사를 해 오신 송소연님이 고별사에서 '저 없는 동안 회원님들이 더욱 더 진실의 힘에 관심 두고 참여해 달라'라는 이야기를 하셨던 장면도 기억이 나요. 그래, 앞으로는 지난 진실의 힘 뉴스레터도 다시 찾아서 꼼꼼히 살펴보고, 선생님들과 회원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에 시간을 내서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더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진실의 힘 10주년 기념 송년모임은 회원 김성일의 진실의 힘에서의 첫 출발이기도 했습니다. 모임을 준비해주신 모든 분께 고맙다는 인사드립니다. 새해에도 진실의 힘 식구들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