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인터뷰]
진실의 힘의 가장 든든한 뒷배는 후원회원님 한 분, 한 분입니다. 금액과는 무관하게 매월 마음을 담아 후원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6월부터 새롭게 진실의 힘을 후원해주신 이상민 변호사의 이야기는 더욱 감사했습니다.
한국일보("후원금 유용 논란에도...내가 기부를 멈출 수 없는 이유") 기사에 소개된 이상민 변호사는 5년간 일하던 대형로펌을 나와 2015년 법률 스타트업 '헬프미'를 만들었습니다. O2O(Online to Offine) 플랫폼처럼 PC나 모바일로 변호사와 상담을 할 수 있는 상담 서비스가 핵심입니다.
이상민 변호사는 평소 관심을 두고 지켜보던 단체 중에서 후원금을 조금이라도 더 필요로 하는 곳을 기부 대상으로 고른다고 합니다. 변호사 일을 하다 보니, 어떤 단체가 신뢰할 수 있는지는 금세 알 수 있어 고민 없이 후원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재단법인 진실의 힘입니다.
SBS 권지윤 기자의 추천을 받아서 진실의 힘 후원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권지윤 기자님과는 SBS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 진행자와 게스트 관계로 처음 만났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여의도에서 만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기부 이야기가 나왔고, 기자님이 ‘진실의 힘이라는 곳이 있다. 알고 있느냐. 뜻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곳이니 기부처로 추천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검색을 했고 활동내역을 살펴본 후 즉시 소액 기부자로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SNS에 기부 내역을 포스팅했을 때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해당 포스팅을 읽고 또 다른 기부로 이어진 사례가 있나요. 한국일보 기사(“후원금 유용 논란에도...내가 기부를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나왔을 때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지인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노릇이겠지요. 기부 내역을 포스팅하는 경우는 드문데 100만 원 이상의 다액 기부를 하는 경우 다른 분들의 기부를 독려하고자 페이스북을 통해 포스팅하곤 했지요. 다른 기부로 이어진 사례가 있는지는 제가 따로 확인하지 못하여 알 수 없지만, 포스팅 댓글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기부처’를 사람들이 찾으려 하는구나 라는 추측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한국일보 기사도 그렇고 진실의 힘 인터뷰도 그렇고 이게 누구한테 공개하기에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부끄러운 일이라서요. 한국일보 기사는 따로 포스팅을 하지 않은지라 인터뷰 여부 자체를 사람들이 모릅니다. 와이프도 몰라요. ‘일회성 기부보다는 장기적으로 기부를 하는 것이 단체가 오래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부회원에게도 더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취지가 조금이나마 전달되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인터뷰에서 변호사 일을 하다 보니, 어떤 단체가 신뢰할 수 있는지 금세 알 수 있어 고민 없이 후원을 시작한다고 했는데, 이상민 변호사의 ‘신뢰할 수 있는 단체’의 구체적인 기준이 무엇인가요.
지인을 통하거나 추천을 받습니다. 처음 기부를 시작했던 재단법인 동천은, 제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만든 공익재단법인이었습니다. 공익 사건들을 진행하면서 동천 구성원들과 알고 지냈기에 이분들이 하는 일과 금원의 용처에 대해 충분히 신뢰할 수 있었고 후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후원을 했던 단체들 역시 변호사들이 공익사업을 전담하여 진행해 왔던 곳이었으며, 구성원분들의 면면을 제가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사업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후원을 이어나갈 수 있었지요.
“부담되지 않는 금액이 오히려 지치지 않고 오랜 기간 기부를 이어가는 원동력”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으로 후원했던 단체가 어디였고, 이유가 무엇인가요.
앞 질문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재단법인 동천, 그리고 제 모교(고려대학교) 후원으로 시작했습니다. 한편 제 사업 모토 중 하나는 ‘provider가 지치는 서비스는 오래갈 수 없다’입니다. 후원은 받는 사람, 받는 단체에게 힘이 되어야 하지만, 후원자에게도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기부하고 나서 까먹어도 전혀 억울하지 않은 후원’이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 지치게 하지 않고 오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쿨한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단법인 동천이나 고려대학교는 그런 의미에서 쿨한 사이를 지킬 수 있었던 관계랄까요.
진실의 힘 등 정기후원하는 단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눈여겨보시나요.
아니요. 기본적인 활동 기조만 살펴볼 뿐 구체적 활동 내역에 대해서는 (일부러)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쿨한 관계가 되려면 오히려 지나친 관심이 독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진실의 힘이 어떤 활동을 하든 지금의 모습을 잃지 않으신다면 세상에 득이 되면 되었지 독이 될 일은 없겠지요.
후원회원으로서 진실의 힘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형사소송법 교과서 끄트머리에 나오는 재심 파트. 한 번 확정된 판결의 결론을 뒤집기 위해 어떤 요건이 필요하고 어떤 소명을 해야 할지 교과서에서는 서른 페이지 남짓 되는 분량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법 구금과 고문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하고 허위 자백을 통해 ‘빨갱이’로 낙인찍힌 수십 년의 고통은 교과서의 무미건조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진실의 힘은 간첩 사건 피해자들이 겪었던 지난한 고통, 정권 옹위를 위해 용공 분자 희생양을 필요로 했던 그 시절을 이 사회가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외침에서 시작했습니다. 시민단체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 가는 이 시대에, 그 자리에 있는 것 자체로 의미 있는 일, 그런 일을 꿋꿋하게 지켜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머물러 주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