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힘: 선생님이 사는 경기도 시흥에서 안국동 진실의 힘까지는 거리가 꽤 멀잖아요. 매주 월요일마다 하루를 꼬박 자원활동 하는 게 쉽지 않은 일 같아요.
민경: 아니에요. 이제 월요일마다 진실의 힘에 오는 게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되었어요. 요즘은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 피해자 인터뷰 녹취를 풀고 있어요. 제가 잘 알지 못하는 7, 80년대 민주화 운동, 조작간첩 사건을 겪어 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만약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자주 생각해요.
진실의 힘 자원활동 뿐 아니라 지난해 말부터 형제복지원 농성장, 콜트콜텍 농성장도 자주 가요. 그분들은 부당한 상황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잖아요. 저는 그간 백화점, 음식점 등 다양한 서비스직에서 일하면서 불합리한 상황을 겪은 적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말하지 않은 게 부당함과 ‘타협’한 것처럼 느껴져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몰랐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살아온 방식을 되돌아 봐요. 그래서인지 진실의 힘에 오는 월요일이 기다려지기까지 해요.
진실의 힘: 지금 민경님이 일하는 곳에서 부당한 일을 겪게 되면, 이전과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있을까요?
민경: 사실 그 상황에서 바로 행동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이건 부당하다”는 건 알아차릴 거예요.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하겠죠? 그리고 지금은 이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졌어요.
진실의 힘: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민경님은 사람을 좋아하고, 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진실의 힘에서 만난 사람들은 민경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민경: 제가 여행을 참 많이 다녔어요.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내가 있는 곳을 떠나 새로운 장소를 가는 게 참 좋았어요. 그런데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제 현실은 하나도 바뀌지 않은 거예요. 조금 허무했죠.
요즘은 ‘사람 여행’ 중이에요. 진실의 힘에서도, 농성장에서도,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은 자기 문제 때문에 늘 괴로워할 것만 같은데 오히려 제게 위로를 주는 거예요. 굉장히 대단하게 느껴졌는데, 함께 일하고 밥을 먹다 보면 소소하고 재미있는 면이 보이는 사람도 있고요. 일주일에 한 번 이렇게 ‘사람 여행’을 하고 내 자리로 돌아오면 예전에 몸으로 하던 여행과는 다르게 오히려 기운이 나요.
진실의 힘: 그럼 매주 진실의 힘으로 여행을 오시는 거네요. 월요일이 기다려질 만 한데요? 같이 여행하는 사람이 되어서 기쁘고요. 그럼 앞으로 민경님이 진실의 힘에서 어떤 자원활동을 하고 싶으세요?
민경: 더디게 움직여도 세상이 변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걸 진실의 힘에서 느끼게 되었어요. 느리더라도 더 많이 배우고, 더 오래 여행하면서 저도 그런 ‘힘’을 키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