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민

2011년 1회 진실의 힘 인권상 때 '와락'에 기금을 전달하면서 고동민 국장님을 비롯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진실의 힘과 인연을 맺으셨습니다. 이후 바로 후원을 시작해주셨는데, 당시 상황에서 후원을 결정하고 지속하는 게 쉽진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고동민: 전국을 유목민처럼 떠돌던 쌍용차 해고자들과 가족들의 유명을 달리하는 일이 계속 이어져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괴감에 몸부림칠 때 정혜신 선생님과 진실의 힘을 만났습니다. 간첩 고문 피해자 어르신들도 손을 내밀어 주셨고요. ‘너희 잘못이 아니다’라는 위로의 말씀이 다시금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공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하고 싶은 일도 있고 해야만 하는 일도 생기잖아요.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일이 함께 오는 경우는 드문데 진실의 힘 후원은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실의 힘과 같은 시민단체 '후원'은 어떤 의미인가요? 10년에 걸친 기나긴 쌍용차 해고 투쟁에서 시민 사회로부터 받았던 연대가 큰 영향을 줬을 것 같습니다. 

고동민: 사실 거창한 의미는 모르겠고요. 함께 살자는 마음입니다. 쌍용차 해고 투쟁에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해주셨잖아요. 그 빚을 앞으로 살아가면서 갚는다는 마음으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단체의 구성원들이 상근비도 없어 어려움을 겪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복직하고 나서 월급의 일정 부분을 단체 후원으로 하고 있는데요. 점점 후원하는 단체가 많아져서 고민이 되기는 하는데 즐거운 고민으로 계속 남겨 둘 예정입니다.

2018년 9월 쌍용차 평택공장 외벽에 '함께 살자'는 레이저 빔 문구가 걸렸다. '9년의 시간 동안 받았던 연대해 감사다. 앞으로도 함께 살겠다'는 인사였다. ⓒ고동민

2018년, 10년 만에 복직하셨습니다. 그때의 기분이 생각나시나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어제 퇴근했다가 오늘 출근하는 느낌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고동민: 담담한 척했지만 사실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직 복직 못 한 동료들을 두고 일부만 복직해야 하는 비애감이 컸습니다. 공장 안 동료들이 복직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내뿜는 공기, 시선을 견뎌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고요. 하지만 공장 밖 동료들을 빠르게 복직시킬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잘 견뎌냈습니다.

"우리가 해고에 맞선 노동자들의 울타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동민

2019년 7월 김득중 지부장 등이 복직했지만 여전히 '전원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더 큰 산은 국가와 회사의 손해배상 소송입니다. '정리해고 수갑'은 풀렸지만 '국가폭력 수갑'은 여전하다는 표현도 하셨습니다. 여전히 국가폭력과 싸우고 있는 당사자이면서도 유성기업, 톨게이트 노동자 등 다른 노동 투쟁 현장의 맨 앞에 서 있습니다. 고동민 국장님에게 '연대의 힘'은 무엇인가요.

고동민: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지점이 있는데 쌍용차 정리해고는 당시 경영상의 위기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기술 유출을 덮기 위해 회계조작으로 경영상 위기를 부풀렸고, 그 문제를 지적하던 노동자들을 대량해고 한 이명박 정부 주도의 기획해고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노동자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스스로 겪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 언론에서 비춰지는 모습이나 사법부의 판결을 근거로 단정 짓는 일이 많습니다. 노동자들 혹은 투쟁하는 이들에게 비난을 퍼붓거나 노동자들의 잘못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을 대할 때 화를 내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하고 차분하게 노동자들의 삶과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건네야 하는데 투쟁 당사자들은 사실 쉽지 않죠.

연대란 그 이야기들을 건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 전반에 걸친 노동자들 혹은 투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차분하고 근거 있는 이야기로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죠. 투쟁하는 이들이 홀로 외치 않도록 함께 스피커가 되어주기도 하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눈을 맞춰주고, 외롭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고, 그중에 무엇이든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투쟁하는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마음이 연대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