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진실의 힘 인권상
결정요지

‘다시는’에 모인 가족들은 ‘산재 사건’으로 묻히고 만 죽음을 되살려 그 희생을 마중물로 다른 노동자를 살리겠다고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어도, 다시는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는 피해 가족들이 생기지 않기를!”이라는 하나의 바람이 모여, 산업재해 피해 가족들이 다시는 홀로 외롭지 않도록 하나의 깃발을 세웠습니다. 그들은 투쟁을 통해 눈 감고 귀 막은 우리 사회에, 노동이 인간의 존엄의 바탕 위에 올려지도록 혼신의 힘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다시는’은 올해 새로 만들어진 단체이지만, 각 구성원들이 힘겹게 쌓아 올린 투쟁의 궤적은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합니다.

수상자 소개
산업재해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산업재해피해가족들이 만든 네트워크, ‘다시는’은 해마다 2천명이 넘는 이들이 일터에서 죽어 나가는 지금, 또다른 죽음을 막기 위해 모였습니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 고 황유미 님 아버지 황상기 님, 어머니 박상옥 님, 뇌종양이 발병한 삼성전자 LCD 공장 노동자 한혜경 님과 어머니 김시녀 님.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 고 김용균 님의 어머니 김미숙 님, 제주 고교 현장실습생 고 이민호 군의 아버지 이상영 님, 어머니 박정숙 님, 분당 토다이 현장실습생 고 김동균 군의 아버지 김용만 님, CJ 진천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군의 어머니 강석경 님, LG유플러스 하청업체 현장실습생 고 홍수연 양의 아버지 홍순성 님, LG유플러스 하청업체 노동자 고 이문수 님 아버지 이종민 님, tvN 드라마 PD 고 이한빛 님의 아버지 이용관 님(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과 동생 이한솔 님(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수원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님의 누나 김도현 님 등 산업재해피해자와 가족들, 그리고 함께 투쟁해 온 활동가들이 함께 만들었다. 

‘다시는’ 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참척의 고통, 온 삶이 통째로 흔들리는 비탄에 잠겨 있지만 그 비탄과 증오에 삶을 내어주지 않았으며, 자신들이 직접 겪어야만 했던 고통과 슬픔, 희생을 다시는 겪는 사람이 없도록 자신의 삶을 내줘야 한다고 다짐한다.

제9회 진실의 힘 인권상 상패
목장갑과 장미

‘다시는’의 의미를 생각하며 ‘빵과 장미’가 아니라 '목장갑과 장미'를 떠올렸습니다. 한국의 노동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잘것없는 목장갑은 인간의 연약함과 그것의 존엄함을 보호하려는 강인함이 동시에 어른거리게 합니다. 또한, 다시는 똑같이 세상에 오지 말라며 불꽃으로 태워서 따라 올라간 유리 꽃을 만들고 삼베로 감쌌습니다. 냉소와 싸우고 비관주의를 다시 조직하는 일처럼 이 상패가 눈물과의 거리를 다지는 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임민욱 | 미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 한국의 뒤틀린 역사에서 고통 당하고 망각된 존재들에 관심을 갖고, ‘매개자’로서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