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2020년 9월, 우리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019년 영국 의회를 시작하여 프랑스, 캐나다, 아일랜드 등 다수의 국가들과 뉴욕을 비롯한 1천여 개 이상의 도시들의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언을 이어간 것이다. 코로나 판데믹으로 잠시 시야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기후위기는 나날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시민들 사이에 공포와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 판데믹도 기후위기의 한 측면이라고도 해석된다. 세계 곳곳에서 폭염, 가뭄, 홍수, 태풍, 강추위, 산불, 해수면 상승 등 기후위기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우리 땅에서도 경험하고 있다. 서울의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했다고 보고되었고 2018년의 폭염과 2020년의 오랜 장마 등 시민들이 실제 경험되는 기상 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 지구 평균기온이 1.5도를 넘어설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올 것이라는 과학자의 경고가 현실화되고 있는 중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전 지구 평균 기온상승이 1도에 이르렀으며,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한다면 2030년대에는 1.5도 기온 상승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 분석한다. 전 지구적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고, 2030년에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해야 1.5도 이상의 기온 상승을 막을 수 있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빠르게 그리고 급격히 줄여나가야, 여섯 번째 대멸종 가능성까지 포함한 ‘기후재앙’을 피할 기회가 높아진다. 이 긴급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세계 10위권 안에 있는 이산화탄소 다배출국가인 한국이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 국회의 기후위기 비상선언은 이러한 다급한 사정을 반영한 것이지만, 완전히 위선적이다. 올해 2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는커녕 새롭게 야기할 거대 토건사업에 법적 지위까지 부여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탄소중립을 천명하며 노후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자랑하지만, 민간의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중단시키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한전과 산업은행 등의 공기업/기관을 통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의 석탄발전소 건설에 뛰어들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도전을 선언하는 그 순간, 새로운 탄소배출원 건설을 시작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의지도 없으면서 녹색 거짓말을 늘어놓은 꼴이다.

한재각
멸종저항 서울 활동가들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에 항의하기 위해 민주당사를 점거했다.

기후재앙을 앉아서 맞이할 수 없는 시민들은 ‘기후불복종’ 직접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국가가 기후위기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외면하고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을 빠르게 감축하도록 강제하기를 꺼려할 때, 시민들은 생존을 위해서 저항할 수밖에 없다. 기후재앙이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해온 부자들에 의해서 야기되었고, 그 피해를 대다수 빈자들, 여성들, 청소년과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들, 그리고 비인간 생명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불가피하다.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 다음과 같이 ‘시민불복종’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시민불복종이 일어나는 것은 상당수의 시민들이 변화를 이루어낼 정상적 통로가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고 불만이 더 이상 청취되지 않거나 처리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 때, 또는 그와 반대로 정부가 그 적법성과 합헌성이 심각히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어떤 변화를 꾀하거나 정책에 착수하고 추진한다는 확신이 들 때이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딱 이렇다. 기후위기를 선언하고 탄소중립을 천명하는 국회와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부추기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비판을 외면할 때, 시민들은 그들의 사무실을 봉쇄하고 점거하며 경고하고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 ‘기후불복종’은 시민들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믿는다. 지난 해 말부터 시민, 특히 청년들이 법적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국회, 포스코, 두산, 민주당 등의 권력기관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민불복종’ 직접행동을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다.

기후불복종에 나선 이들은 지금 당장 가덕도 신공항, 제주 제2공항, 삼척 블루파워 석탄발전소,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석탄발전소의 건설(계획)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탄소중립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선결 과제의 일부다. 정부가 기후위기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세금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허가하고 지원하고 있는 모든 것을 찾아내서 중단시켜야 한다. 그 일이 시작되어야, 시민들은 정부와 기업의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에 대한 약속을 신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얻게 될 것이다. 적어도 그 일이 이루어지기까지 ‘기후불복종’ 직접행동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더욱 많은 시민들, 여성들, 청년과 청소년들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