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힘 설립자 선생님!

후원회원 여러분!

잘 지내시나요? 별일 없으신가요?

‘별일 없이 산다’는 이 심심한 말이 이렇게 다정하게 느껴지는 시대가 있었던가요.

진실의 힘 설립자 선생님들과 후원회원 여러분들 모두 안부가 궁금합니다.

요즘 진실의 힘은 형제복지원 등 수용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하려는 분들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또 ‘역사를 기억하는 법’ 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오늘을 성찰하고, 미래를 통찰하는 책들을 준비중입니다.

가을이 깊어가던 11월 20일, 재단법인 진실의 힘 이사회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지연됐던 이사회를 조심스럽게 열었습니다. 박동운 이사장님과 이사님들이 참석하여 2021년 진실의 힘 업무를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선 올해 진행할 인권 활동 지원사업도 선정했습니다. 인권활동 지원사업은 진실의 힘이 인권 단체들의 성장을 위해 디딤돌을 놓는 사업입니다.

선정된 지원사업은 ‘홈리스행동’의 여성홈리스 구술 기록, ‘사단법인 아디’의 미얀마 로힝야 인권활동 지원, ‘난민조력시민모임’의 난민 네트워크 형성 및 참여 연구, ‘코코아 한 잔’의 베트남전 참전군인 삶 연구입니다. 선정된 인권 단체들과 함께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사회가 있기 하루 전, 박동운 이사장님 내외분과 임봉택 이사님은 춘천의 오주석 선생님을 뵙고 오셨습니다. 내 설움, 네 설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지음(知音)이니 서로가 얼마나 그리우셨겠습니까? 뜻깊은 만남의 자리를 뉴스레터에 담았습니다.

오주석 선생님은 일본에 있는 친척을 만나러 간 일이 간첩 사건으로 둔갑하여 5년 6개월간 감옥살이를 하셨습니다. 진실의 힘에 자원봉사자로 오고 있는 장혜선, 허나연 학생이 오주석 선생님 기록을 4개월동안 정리했습니다. 학생들은 청년들이 이런 조작 간첩 사건을 아는 것이 다시는 국가폭력을 되풀이 하지 않는 길이라고 하더군요.

올해 93세이신 오주석 선생님은 현재 춘천에서 아드님과 함께 살고 계십니다. 아드님이 부모님의 손발이 되어, 옷도 입혀드리고, 음식도 일일이 챙겨드리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재심 과정에서도 효심 깊은 아드님이 아버지의 언덕이 돼서 참 든든했었지요.

고문과 조작, 징역과 재심 재판으로 이어진 고통의 시간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렸던 선생님들이 삶을 복원하고,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시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담담하게 현재를 살아가시는 모습 속에서도 가슴 깊이 박힌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왜 모르겠습니까?

지난 10월, 임봉택 이사님은 K-TV 다큐멘터리 <진실 그리고 화해 - 섬마을 비극의 폭풍우, 군산 개야도 인권침해 사건>에 출연하셨습니다. 진실의 힘이 취재 지원을 했던 이 다큐멘터리에서 임이사님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아들이 간첩으로 끌려가자 그 억울함을 이기지 못 하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들을 간첩으로 알고 떠나신 아버지, 그 한을 누가 풀어드릴 수 있을까요? 아버님의 묘소를 찾아가 그리움의 눈물을 흘리는 임봉택 이사님을 보면서, 그 야만의 시대가 한없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를 갈라놓고, 사람으로서 온전히 누려야 할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조작 간첩 사건. 진실의 힘 자원봉사자 장혜선 학생의 표현대로 ‘과거가 과거로 끝나지 않는’ 국가폭력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021년 12월, 겨울을 이기는 봄을 기다리며 진실의 힘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