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박쥐, 라쿤의 적절한 거리
:코로나 시대의 인간-동물 관계

주윤정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현대사회에서 인간-동물 관계를 고찰하기 위해 염소, 돼지, 닭 등 동물의 내장과 피부를 표현한 이선환 작가의 '데드라인(Deadline)'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 전체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영향, 특히 취약집단에 대한 영향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광 영역에서의 노동 전망은 밝지 않으며,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가속화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이나 장애인 시설 거주자 그리고 취약집단들에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시작되었지만, 인간 세계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사회 전체를 흔들어 놓고 있다. 전 세계의 피해 규모 역시 천문학적인 수준이며, 앞으로 이런 피해는 백신 및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우리는 차분히 그리고 냉정하게 현 상황을 직시하고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앞에 보이는 피해와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의 위기의 근본 원인에 대한 성찰 역시 필요하다. 

코로나19는 박쥐와 천산갑을 매개로 하여 종간 전파가 이루어진 인수공통전염병이다. 2000년대 이후 발생하고 있는 신종감염병의 경우 75% 이상이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연구도 있다. 한국에서도 익히 알려진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모두 동물을 매개로 사람에게 종간 전파가 이루어진 것들이었다. 인수공통전염병이 사람에게로 넘어오는 종간전파(스필오버, spillover effect)가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근본 원인에는 생태서식지 파괴가 있다.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의 저자 데이비드 콰먼은 “어떤 동물종이라도 새로운 숙주가 될 수 있지만, 호모 사피엔스인 경우가 가장 많다. 가장 자주, 가장 심하게 그들의 생태계를 침범하기 때문이다. 풍부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바로 우리다.”1)라고 말했다. 제레미 리프킨 역시 이런 신종전염병의 발생은 기후변화, 생태 서식지 파괴의 문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기후변화가 인수공통전염병의 증가와 상당한 영향이 있다고 논의2)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댐이나 농업, 도시화, 산림 황폐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것은 바이러스와 인간의 접촉 빈도를 높이고 있다. 서식지 파괴, 탄소배출, 기후변화, 인수공통전염병 모두 생태계에서는 연결되어 있다. 인류가 자연을 파괴해 개발한 곳에서는 인수공통 전염병을 옮길 수 있는 동물 개체 수가 2.5배 늘어난다3)고 한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갈 데 없는 동물들은 인간과 접촉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를 통해 인수공통전염병의 발생 위험 역시 증가한다. 위험을 자초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지나친 개발이다. 현재 지구의 생물체들은 지구 역사상 6번째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20년 안에 육지척추동물 중 500종 이상이 멸종4)될 것이라 한다. 이 또한 인간의 서식지 파괴와 관련되어 있다. 

인간-동물 간에는 적절한 거리가 확보되어야 각각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의 급속한 개발 상황에서 인간은 점점 야생의 공간을 파헤치고 있으며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접촉점이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아프리카나 아마존의 열대우림과 같은 야생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야생동물 체험 카페 흑은 야생동물 밀수 및 거래 등 많은 접촉점이 존재하며, 이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종간전파를 야기할 수 있다.

거리두기는 사람 사이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도 필수적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이후 자연과 분리되어 살아갔던 도시인들은 자연을 일종의 낭만의 공간으로 사유하며 야생과의 접촉을 갈구하는 측면이 있다. 라쿤 등 야생동물을 만져보는 실내카페, 파충류 체험 동물원, 그리고 희귀 동물을 애완동물로 사육 등이 대표적 예이다. 많은 도시인이 위험에 대해 무지한 채 야생과 접촉을 추구하기도 한다. 머나먼 나라의 밀림만이 아니라 한국의 도시에도 수많은 접촉점이 존재하고, 언제 어디서 종간전파가 시작될지 모른다.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전파 경로만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동물로의 전파 역시 가능하다. 

야생동물인 라쿤 등을 사육, 전시하는 '동물 카페'가 성행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코로나19 이후 드러난 사회의 취약성에 대한 관심과 이에 대한 회복, 예방 대책은 눈앞의 중요한 사회적 과제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의 근본적 발생 원인에 대한 성찰 속에서, 보다 지속가능하고 생태와 공존하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 및 구체적 실행계획 역시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그린 뉴딜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생태 위기와 관련한 고민은 잘 보이지 않는다. 유럽연합의 그린딜에는 생물다양성(biodiversity)과 지속가능한 순환농업 등이 중요한 아젠다로 설정되어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생태적 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부족하다. 

전 세계적인 생태 위기가 인간-동물의 다차원적인 얽힘(entanglement)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책임감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브라질 열대우림의 파괴는 한국이 브라질에서 수입하고 있는 육류, 곡류와 연관되어 있으며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밀림 파괴에 한국의 경제발전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지구적 차원의 관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연은 인간이 언제까지나 착취해도 좋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 촘촘히 연결된 이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거자들이다. 지구별의 거주자는 인간만이 아니라고 코로나 19 바이러스, 박쥐, 천산갑들은 이번 팬데믹을 통해 말하고 있다. 서식지를 빼앗기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소리 없는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해양생태계, 육상생태계의 다양한 동식물들과 현대문명이 어떻게 하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동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 필요하다. │

각주

1) 콰먼 데이비드, 2017,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강병철 역, 꿈꿀자유. 

2)  “WHO Climate change and infectious diseases” https://www.who.int/globalchange/summary/en/index5.html

3) 야생 파괴된 농지·주거지 등…인수공통 전염병 동물 ‘급증’, 경향, 2020.8.7.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2008070600025&code=970100&fbclid=IwAR0YVg7Lp3HrEC6c1IBU_-Pbi9LLbOnff8-YtCOgKH0TnPrRe4Y3Kflc9pQ#c2b

4) 속도 더 빨라진 6번째 대멸종…육지 척추동물 515종 멸종 직면, 동아시아언스. 2020.6.2.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7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