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힘 초대 이사장으로 우리와 함께 하신 명진스님, 편히 잠드소서. 그리고 빛으로 다시 오소서.
재단 설립을 준비하던 2008년 7월, 진실의 힘은 고문조작 피해자 선생들과 함께 「고문치유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그 모임의 장소가 봉은사 운하당이었습니다.
당시 ‘간첩’이라는 이유로 어디에서도 선뜻 자리를 내주지 않았지만, 명진스님은 봉은사의 작은 방을 내어주셨습니다. 그곳에서 정신과전문의 정혜신 선생을 비롯해 문요한, 진범수 선생이 매주 월요일 두 시간씩 모임을 이어갔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고문피해자의 치유와 재활을 본격적으로 고민한 시도였습니다.
그 작은 방은 고문피해자들이 공동체를 경험하고 서로의 아픔을 나눈 최초의 공간이었습니다. 말할 수 없는 것까지 말 속에 함께 머물 수 있었고, 선생들은 그곳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실의 힘 역시 5년간 이어진 고문치유모임을 토대로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명진스님은 진실의 힘의 초대 이사장을 맡아주셨습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지혜와 힘을 나눠 주셨고, 선생들이 재심에서 무죄를 받을 때마다 잔칫상을 차려 오랜 고통을 위로하고 기뻐해 주셨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다가 울고, 또 함께 파안대소하던 그 시간을 우리는 잊지 못합니다.
진실의 힘 역사 속에 명진스님은 눈물과 기쁨, 그리고 아름다움이 함께했던 시간으로 오래도록 살아 계실 것입니다.
명진스님, 이제 편히 쉬소서.
그리고 빛으로, 바람으로 다시 오소서.
(재)진실의 힘 이사장 박동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