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세월호 단원고 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 님이 <4·16 세월호 사건 기록연구-의혹과 진실> 책을 출간했습니다. 1100쪽에 달하는 이 책은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세월호 기록을 6년간 밤낮으로 붙들고 읽어 내려간 끝에 나온 인내의 결과물입니다.
"이 책에서는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 과제를 “왜 침몰 시켰는가”, “어떻게 침몰 시켰는가”,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왜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책임자 처벌을 회피하는가”로 확정하고, 이것의 실체를 밝히려고 노력했다. 이것은 죽은 아들이 나에게 부여한 마지막 과업이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그것의 실체를 밝히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하지만 아들과 진실을 향한 나의 행군은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앞으로 계속해서 전진할 것이다."
박종대, <4.16 세월호 사건 기록연구-의혹과 진실> 중
지난 6년간 박종대 님의 일상은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 청구였습니다. 9월 1일 현재까지 389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그 중 공개 통지를 받은 것은 2, 30%입니다. 서로 관할이 아니라며 떠넘기거나, 알 수 없다는 답으로 일관하며 어떠한 정보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는 국가기관 앞에서 박종대 님은 또 한 번 국가의 높은 벽을 실감했습니다.
지난 8월,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는 법원에 해당 책의 인쇄,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사참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박종대 님이 보안이 필요한 내부 자료를 무단으로 외부에 공개했다는 이유입니다. 박종대 님은 사참위 결정에 반발해 이의신청을 했고 아직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박종대 님은 “이미 언론을 통해 대부분 공개된 내용이며 참사 피해자로서 재판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자료”라고 반박합니다. 그리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불쏘시개가 되고자 덤벼든 이번 싸움에 후회는 없다”고 말합니다. │
“내가 원칙을 지키고 싸움을 두려워했다면, 기록은 사참위 조사 기간이 종료되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어 편안하게 쉬게 되었겠지요.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저 못난 자료라도 공개하라고 투쟁도 하겠지요. 그래서 선제적 공격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려 노력했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글로 정리했습니다. 따라서 이후에 그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명분으로 저를 공격한다 하더라도 저는 철저히 뻔뻔해지기로 했습니다. 판단은 판사가 할 것이고 다만 저는 그때까지는 최대한 침묵을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책을 지키기 위한 투쟁만은 멈추고 싶지는 않군요. 책이 원형대로 유지되어 오래오래 기억됐으면 하는 것이 못난 아비의 유일한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