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그루 나무심기? 기후 위기 부르는 재앙
울창하던 숲이 싹쓸이되었다. 벌거숭이가 된 민둥산들이 도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마치 내가 몽골 사막지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도로에서 조금 안쪽 골짜기로 들어가자 더 처참한 벌목 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골짜기 쪽은 숲을 전멸시켰다. 산림청은 이를 ‘숲 가꾸기’라고 말한다. 아니다. 정확하게 말해 숲을 전멸시키는 재앙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숲 가꾸기라는 이름으로 벌목이 이뤄져 왔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30억 그루를 심는다고 한다. 30억 그루를 심기 위해서는 이미 울창한 숲의 더 많은 나무들을 베어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숲은 30년 이상의 늙은 나무들이 대부분이라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며 늙은 나무를 베어낸다는 것이다.
산림청의 주장과는 달리 나무는 30년이 지나면 오히려 탄소흡수 능력뿐 아니라 저장 능력이 급격히 증가한다. 설사 나무 나이 30살이 넘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그것이 숲의 나무들을 마구 베어낼 명분이 되지 못한다. 탄소 흡수는 숲의 많은 역할 중 아주 작은 한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큰 나무가 기후 위기를 막아준다.
잘려나간 지름 50~60cm의 잣나무와 소나무 나이테를 세 보니 50살 정도가 되었다. 30살까지는 나이를 세기 어려울 만큼 나이테 간격이 아주 촘촘했다. 그런데 30살이 넘어가자 나이테 간격이 폭발적으로 넓어졌다. 산림청의 주장과는 달리 30살이 넘으면 탄소흡수와 탄소 저장 능력이 왕성하게 증가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강원도 홍천의 벌목 현장. 야적장에 숲에서 베어낸 엄청난 나무들이 쌓여 있었다. 낙엽송은 반듯하니 제재소로 팔려나가고, 소나무, 잣나무, 참나무는 아무리 커도 그저 값싼 펄프용으로 팔린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숲을 지키고 있어야 할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가 그저 펄프용으로 사용되기 위해 잘려나간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가득 쌓여 있는 나무 사이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30살과 50살의 나무 나이는 두 배가 되지 않지만, 놀랍게도 50살의 나무가 30살 나무보다 몇 배나 더 큰 체적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만큼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해 저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오히려 숲에 나이 많은 나무를 보존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4년 1월, 과학지 <네이처>는 미국 서부생태연구센터 네이트 스티븐슨 박사팀의 6개 대륙 나무를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대형 고목 한그루가 중형 숲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발표했다. 큰 나무일수록 탄소를 더 많이 고정하며, 큰 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 고정하는 탄소의 양이 중간크기 나무 수백 그루의 숲과 같다는 것이다.
산림청은 ‘순환의 경제’를 이야기하며 탄소흡수 능력이 좋은 어린나무를 심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순환의 속도가 빠르다고 기후위기를 막는 것이 아니다. 산림청의 순환 경제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탄소 저장 능력이다. 산림청의 순환 경제에서 탄소 흡수 기능이 조금 올라갈 수 있지만, 탄소 저장 능력은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 순환을 통해 저장되었던 탄소를 배출시키기 때문이다. ‘탄소 흡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탄소 저장’ 능력이다. 문재인 정부는 탄소 흡수만을 강조하며 진실을 왜곡시키고 있다.
특히 산림 내 토양은 탄소 저장고다. 우리나라는 1m 깊이에 존재하는 토양 탄소량 중 절반이 표토 층에 저장되어 있는데, 이는 식물에 존재하는 탄소량과 비슷하거나 많은 양으로 기후 변화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벌목 현장은 나무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포클레인이 오가며 산림 토양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30억 그루 나무 심기는 결코 기후위기 대응이 아니다. 오히려 급격한 탄소 배출을 초래하여 기후재난을 촉진하는 환경 대재앙이다. 산사태를 일으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집중호우에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고, 벌목된 숲의 낙엽과 부엽토가 하천으로 유입되어 수질악화는 물론 가뭄과 물 부족 사태를 일으키고, 생물 다양성의 심각한 훼손을 초래하는 등의 많은 환경문제를 촉발시킨다.
예산낭비 하는 환경 파괴 여기서 멈춰야 한다.
산주들이 벌목 후 받는 나무 값은 평균 1ha에 80~100만원 내외로 큰 수익이 되지 않는다. 벌목 후에 1ha 조림 비용은 묘목비용과 노무비 등 총 905만7천원이다. 1ha에 나무를 100만원에 팔고 905만원을 들여 새로 어린 나무를 심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뿐 아니라 수년 동안 풀을 베고 주변 잡목을 제거하는 비용이 매년 추가되어야한다. 경제성 없는 벌목이 왜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묘목 심는 조림비용은 물론 매년 풀을 베고 나무를 가꾸는 숲 가꾸기 일체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2013년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숲 가꾸기에 2조5,932억원, 어린나무를 심는 조림사업에 5,369억원 등 총 3조1301억원이 투입되었다.
산림청이 주장하는 순환경제의 경제성을 따져보면 ‘생산가치’ 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역순환경제다.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사업은 공익이 더 확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은 국가 예산을 투입하여 산림의 공익적인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잘못이다. 바로 잡아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신림 흡수원을 통한 탄소 중립은 거짓이다. 오히려 숲을 파괴하여 탄소 배출이 증가하는 기후재앙이다. 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중립 계획에서 산림 흡수원을 삭제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