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8일 화 / 진실의힘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The Reader

연출 : 스티븐 달드리(2008), 미국

주연 : 케이트 윈슬렛 (한나 슈미츠), 데이빗 크로스 (어린 마이클 버그), 랄프 파인즈(마이클 버그)

수상 : 아카데미여우주연상(2009)

이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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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삶의 핵심이란 사실, 그 속에는 인생을 바꾸는 마력이 들어 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에 견줄 만한 도발적 감성으로 시작되어, 전후 나치가 저지른 범죄를 깊이 들여다 보게 만드는 층위까지 도전하는 대단한 소설이다. 이 소설을 각색한 영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는 이제 보다 친근하고 우아하게 금기에 도전하는 사랑의 위대한 마력으로 우리를 매혹시킨다.

소년 마이클(데이비드 크로스)과 30대 한나(케이트 윈즐릿)의 만남. 소년을 책을 읽고 한나는 듣는다. 그리고 같이 침대에서 뒹굴기. 책 읽기와 함께하는 사랑의 행위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다가 예고 없는 이별과 8년 후 재회는 두 사람을 다른 차원으로 데려간다. 나치 감시원을 재판하는 법정에서 한나는 피고이고, 마이클은 현장학습에 나간 법대생이다. 자긍심을 위해 종신형까지 감수하는 한나의 비밀은 캐릭터의 매혹이자 이야기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제 만나지 못하지만 두 사람은 녹음을 통한 책 읽기로 더 깊은 소통을 이어간다. 기이하고도 예술적인 소통의 매혹이다. 변호사 마이클(랠프 파인스)에게 책 읽기 녹음은 이제 삶의 핵심이다. 녹음된 책이 감옥 독방에 사는 한나에게 지속적으로 전해지고, 두 사람은 책을 읽고 듣는 것으로 예술적 소통을 창안해낸다. 이런 사랑, 이런 소통, 바로 그것이 둘에게 구원이고, 삶의 정수를 맛보는 샘물과 같은 것이리라. 바슐라르의 말처럼,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책으로 가득 찬 도서관일 것이다.

‘빌리 엘리어트’와 ‘디 아워스’에서 소년과 여성의 깊은 내면에 접속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은 이 작품에서 그 소년과 성숙한 여성을 결합시킨다. 공동 제작을 맡은 명감독 시드니 폴락과 안소니 밍겔라. 이 두 감독이 영화 제작 중 유명을 달리한 우연도 기이하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시드니 폴락이 보여준 일생을 강타하는 치명적인 깊은 사랑의 감성, 그리고 안소니 밍겔라의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진한 감성이 놀라운 사랑의 힘으로 영화에 스며들어 있다.

‘데미지’를 각색한 데이비드 헤어는 이 작품에서 파멸적 사랑의 매혹을 예술적이면서 창조적인 삶으로 각색 시나리오를 써낸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의 케이트 윈즐릿이 화려하고 허망한 스타 배우상을 버리고, 진중한 배우로 쌓아온 연기 공력이 우아하게 한나를 통해 피어난다. 지금 한국 극장가에서 경쟁 중인 아카데미상 수상작들 가운데 반드시 봐야 할 영화 한 편을 들라면, 나는 주저없이 ‘더 리더’라고 답한다. 이 영화는 우리 인생의 숙제이자 수수께끼인 ‘삶-사랑’을 풀어낼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2009/03/19

유지나,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베른하르트 슐링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원작 소개

1950년대 독일 소도시를 배경으로 열다섯 살 소년 마이클과 서른 살 여인 한나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허약한 마이클이 귀가길에 구토를 하는 것을 도와준 것을 인연으로 마이클과 한나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마이클은 매일같이 한나를 찾아와 책을 읽어주고 사랑을 나누지만 한나의 과거나 가족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한나가 사라진다. 마이클은 배신감에 몸부림치며 성장해 법대생이 된다. 세미나 과정으로 참여한 법정에서 마이클은 한나를 우연히 다시 만나고 비로소 한나의 과거를 알게 된다. 한나는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문맹이었으며 마이클과 만나던 당시 회사에서 승진할 단계가 되자 문맹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곧장 사라졌던 것. 법정에서도 한나는 나치수용소 감시원이었던 시절 자신이 쓰지 않은 학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시인하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마이클은 8년째 되는 해부터 문학작품을 읽어 녹음한 테이프를 감방으로 보내는 일을 출소할 때까지 이어간다. 그러나 녹음테이프를 보내는 거 말고 다른 물품이나 면회는 단 한 번도 하지 않는다. 여인은 특별사면으로 석방되던 당일, 감방에서 목을 맨다. 마이클은 간수한테서 한나가 마이클이 보내 준 테이프만을 듣고 살았다는 얘기를 전해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