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 1세대 인권변호사 홍성우 변호사가 별세했습니다
故 홍성우 변호사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시작으로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 김근태 고문치사 사건 등을 변론하며 군사독재시절 고통받았던 이들에게 든든든한 버팀목이 됐습니다.
특히 그가 김근태 전민련 의장의 고문 소식을 듣고, 경찰이 접견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구치소를 찾아가 13번째만에 피고인을 만났다는 일화는 지금까지도 인권변론의 상징처럼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고문과 조작으로 심신이 무너진 피해자들에게 제일 먼저 손을 내밀고, 잃어버린 말을 찾아줬습니다.
재단법인 진실의 힘은 30년동안 인권변론의 한길을 걸어온 홍성우 변호사에게 지난 2013년 제 3회 인권상을 드렸습니다. 당시 수상 소감을 통해 고 홍성우 변호사의 삶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문은 피해자의 모든 것을 파괴합니다.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를 파괴하고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존엄, 인격, 자존심, 생의 의지까지도 무참히 짓밟아 버립니다. 그로인해 입게 되는 피해는 금전으로 보상될 수 없으며 어떻게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치명적인 상처로 남게 됩니다.
고문은 가해자의 인간성까지도 파괴해 버립니다. 고문가해자는 일시적으로는 국가안보 같은 명분을 위해 불가피한 필요악이라도 되는 듯, 허위의식에 빠져 가해행위에 가담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행위가 인간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가장 무도한 범죄행위였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행위가 세상에 알려질까, 자신과 가족들이 평생 그 죄과를 짊어지고 치욕의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세상의 눈을 피해 평생 죄인으로 살 수밖에 없게 됩니다.
6월 민주 항쟁의 전야에서 온 국민이 한 목소리로 외치던 구호를 기억하십니까?
“고문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과연 고문없는 세상은 오고 있는 것일까요? 언제 또 국가안보 운운하는 그럴싸한 거짓 명분을 들고 나오면서 고문의 악습을 재현하려고 기도하는 음침한 악의 세력들이 호심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고문을 비롯한 국가폭력은 그 피해의 위험에 놓여있는 시민들의 용감한 고발 정신과 타인의 피해를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분노할 줄 아는 언론과 시민운동 단체들의 투철한 감시를 통해서만 근절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그런 점에서 주변의도움도, 사회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국가폭력에 무방비로 내던져져 고문을 당하고 간첩으로 조작되어 오랜 세월 동안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만든 진실의 힘은 어 있는 시민의식의 본보기라고 하겠습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뎌낸 힘을 모아서, 아직도 숨어 있는 고문 조작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과거는 물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또다른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을 지원하며 그들과 연대하는 것은, 국가권력이 야만적인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아울러 우리 인간이 비록 약하지만, 폭력을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귀한 사례입니다. 진실의 힘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가운데, 더욱 많은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 제 3회 진실의 힘 인권상 수상 연설 중에서 -